- 주주가 특정 후보 몰표 가능한
- 집중투표제도 처리해 기선제압
- MBK·영풍 측 “시간끌기” 반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시도가 차질을 빚었다. 현 경영진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상호주 제한’ 카드를 꺼내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상호주 제한이란 자회사나 손자회사가 모회사 주식 10%를 초과해 소유하면 그 모회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법상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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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경영권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
고려아연은 3일 오후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최 회장 계열사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안건을 통과시켰다.
집중투표는 예를 들어 12명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 1인이 가진 12표를 특정 후보자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소수 주주 보호 장치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출석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를 통해 이뤄졌다. 주주당 3% 범위 내에서 의결권만 부여되는 ‘3% 제한 룰’이 적용됐다. 고려아연은 이날 집중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향후 주총부터 소수 주주는 특정 이사 후보들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집중투표제는 의결권 있는 주식 901만6432주 가운데 찬성 689만6228표(76.4%)를 얻어 통과됐다.
MBK·영풍 연합의 우호 지분은 40.97%(의결권 기준으로 46.7%)이며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4.24%(의결권 39.16%)로 추산된다. 수치상으로는 MBK·영풍 연합이 유리하지만, 영풍이 상호주 제한으로 지분 의결권을 일부 행사하지 못하면서 향후 최 회장 측 우호 인사가 이사회 진입에 유리하게 된다. 집중투표제 안건을 놓고 보면 최 회장 측이 MBK·영풍 연합에 승리한 것이다.
전날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영풍의 19만226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고, 이는 영풍 전체 발행주식 수 184만2040주의 10.3%에 해당한다. 이에 상법에 따라 영풍 의결권 25.42%가 제한된 상태에서 이날 주총이 열렸다.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 겸 주총 의장은 “상법 조항에 따라 영풍이 보유한 당사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상법 제369조 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면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한다.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은 법적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으로부터 허를 찔린 MBK·영풍 연합은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이날 주총은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5시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이에 대해 MBK·영풍 연합 측은 “고려아연 측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영풍 장형진(고려아연 이사) 고문 측은 “의결권이 배제됐음에도 표결에 참여하겠다. 표결에 참여했다고 해서 이번 표결이 합법적인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원 50여 명은 주총장을 찾아 ‘투기자본 MBK’ ‘집중투표제 도입’ ‘국가핵심기술을 지키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