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건설업 부실 위험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더 높인다. 지방, 중소 건설사의 부도 사태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국제신문DB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1일부터 건설업체 신용평가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만 10억 원 초과 거액 신규대출을 허용한다. 예·적금 담보대출, 100% 보증서 담보대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은 예외다. 신용등급이 취약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80% 이상 보증을 조건으로 하는 담보대출만 취급한다.

또 건설업에 엄격한 여신심사 기준을 적용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건설업 연간 순증 대출한도를 12조5000억 원으로 제한했다. 건설업체 중 관리가 필요한 업체를 따로 분류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건설업종을 ‘위험업종’으로 정해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우량 사업장 위주로 건설업 대출을 취급해왔다. 건물건설업은 지난해 초부터 일반적 신규여신은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량 차주만 예외적으로 신규대출을 취급했다.

은행들이 건설업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대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0.47%(평균)로,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0.35%)보다 0.12%포인트 높았다. 건설업황도 최악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건설투자가 지난해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0.7% 감소에서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올해 건설업계의 폐업도 잇따른다. 하루 평균 12곳의 건설업체가 문을 닫고, 자금난에 취약한 지방 중소·중견사들이 부동산 침체와 공사비 급등에 무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 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17건으로 집계됐다. 매일 12개 업체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 가운데 61%(192곳)가 비수도권 업체다. 올 들어 시공능력평가 58위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 건설사에 이어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시공능력평가 103위)이 최근 법원에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부산 7위 업체인 신태양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 전북 4위인 제일건설은 미분양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최종 부도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