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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조 기금 추진, 대미 접촉 강화…민관 관세전쟁 원팀대응

韓 ‘트럼프 리스크’ 관리 총력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25-02-05 19:19:31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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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대행 주재 관계장관회의
- 자동차업계 “美 수출쿼터 가능성”
- 반도체협 “보조금 지급중단 우려”
- 산업계, 타대륙 투자 다변화키로
- 미중대화 난망… 교역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글로벌 ‘관세 위협’에 나서자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최소 34조 원 규모의 지원 기금을 신설하고 대미 아웃리치(접촉·설득)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착수했다. 다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지금보다 확산할 가능성이 커 정부·업계의 대응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산 車에 수출 쿼터 적용 가능성”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는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내 5대 업종별 협회로부터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 방향’을 보고 받았다. 5개 협회는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동차협회 ▷철강협회다.

이들 협회는 고율 관세 부과와 수출 쿼터제 적용, 보조금 지급 축소·폐지,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 등 미국 신정부가 시행에 들어갔거나 예고한 각종 정책으로 업종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자동차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한국산 자동차에 수출 쿼터를 적용하거나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실화하면 대미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산업협회도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법상 보조금 지급이 수정되면 불이익을 볼 우려가 있다”며 “특히 중국 기업 ‘딥시크’의 인공지능(AI) 출시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저사양 AI 칩과 장비 등에 수출 통제를 확대하면 중국으로 해당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업계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진단했다. 철강협회는 미국의 철강 수입 장벽 강화를, 배터리산업협회는 업계 전반의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4조 원 규모 기금, 산은에 신설

정부와 업계는 이전보다 구체화된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 경제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민관이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5개 협회는 미 정부와 의회·업계 등을 대상으로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이 첨단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긴밀히 얽혀있고,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도 상당한 만큼 양국 산업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배터리산업협회는 미 행정부와 의회에 영향력이 있는 현지 전문가를 섭외해 한미 배터리 동맹의 필요성 등을 담은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자동차협회는 대미 아웃리치에 더해 아세안 등 다른 대륙·국가로 투자·수출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철강협회는 한국 철강제품이 미 제조업 부흥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수립하기로 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한미 조선 협력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기금 조성을 추진한다. 이날 최 권한대행은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 딥시크 등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계속 등장한다”며 “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가칭)을 산업은행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 기금은 현행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17조 원)의 두 배 이상 규모로 조성된다. 최소 34조 원은 된다는 의미다. 저리 대출과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 산업이나 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별도 회의를 열고 해외 진출 기업을 돕기 위한 ‘헬프 데스크’를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미중 갈등 ‘조속한 봉합’도 난망

다만 정부·업계의 총력 대응에도 ‘트럼프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최 권한대행 역시 “당초 어제(4일) 시행 예정이던 미국의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한 달 연기돼 (우리 경제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그대로 시행되는 등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의 조속한 봉합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예고한 것처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로 관세 부과를 확대하면 우리 정부 및 업계의 대응도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정 본부장은 “EU 등 다른 주요국까지 포함해 관세조치 관련 현지 대응 점검회의를 추가로 개최하고, 유사 입장국들과의 대응방안 논의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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