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시중은행 4곳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과 관련해 신한·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문DB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신한·우리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며 본격적인 재조사를 시작한 이후 일주일 만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공정위 전원회의에 상정됐던 ‘4대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이 당시 재심사 대상으로 분류된 데 따른 조처다.

재심사 결정 3개월 만에 공정위가 4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4개 은행은 총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고객에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을 벌였다는 게 주된 의혹이다.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번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과점 체제의 폐해를 줄이라고 지시한 이후 본격화됐다.

이에 공정위는 현장조사 등을 거쳐 4개 은행의 담합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해 1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은행에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LTV 자료 공유는) 단순한 정보 교환일뿐 담합이 아니고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보 공유 후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경쟁 제한성도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전원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 때만 해도 4개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는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판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 위원들은 제재 여부 및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결정했다.

당시 위원들은 “심사관(공정위 측) 및 피심인들(4개 은행)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은행 측의 반론 등을 충분히 들은 뒤 제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관계자 조사를 벌인 뒤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은행 측에 발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