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씨는 시세가 본인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해 자력으로는 취득이 어려운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구입했다. 국세청이 확인한 결과 A 씨가 아파트를 취득하기 전 A 씨의 부친이 고액의 배당금을 수령했고 보유 중이던 상가를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A 씨가 부친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증여세 신고 내역은 없었다.

국세청 제공

#2. 양도인 B 씨는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에 당첨된 이후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자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수십억원에 분양권을 양도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양도소득세를 축소하고자 양수인 C 씨와 공모해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것으로 거래금액을 낮춰 다운계약하고 차액은 별도 지급하기로 했다.

부모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편법으로 증여받는 등 각종 수법으로 부동산 거래 세금을 빼돌린 15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세청은 고액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변칙적·지능적 탈루 혐의를 받는 15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대상 156명은 ▷편법 증여를 받거나 신고 누락한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35명 ▷가장매매나 부실법인 끼워넣기 등을 통한 지능적 탈세 혐의자 37명 ▷다운계약 거래로 양도소득을 축소 신고한 37명 ▷특수관계자 간 저가 직거래 형태로 세금을 탈루한 29명 ▷지분 쪼개기 기획부동산 혐의자 18명이다.

가장매매는 2주택자가 친척 등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이전하고, 가격이 급등한 다른 한 채에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해 양도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지만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과 똘똘한 한 채 선호 등으로 서울·지방 간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 등 선호 지역 위주로 편법 증여를 통한 고가 주택 취득 등 세금 회피 시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 “부동산 세금 회피는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해칠뿐만 아니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성실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며 “경각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세무조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주택 정비사업 모델인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지역의 도로 등을 사들인 후 지분으로 쪼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탈세한 기획부동산 업자들도 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개발 호재 등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정보 수집과 다양한 과세 인프라 활용을 통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 신고가 적정히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검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