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관련 법안 등이 포함된 이른바 ‘에너지 3법’이 19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을 구축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환경·탈핵단체가 반대하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 구축’ 관련 조항도 법안에 함께 포함돼 자칫 영구저장시설 부지 선정에 실패할 경우 국내 원전이 사실상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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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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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건설, 법적 근거 마련
19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통칭하는 ‘에너지 3법’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 문턱을 넘은 만큼 향후 이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중 국회 본회의를 원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고준위 특별법에는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시설, 중간저장시설, 영구저장시설을 각각 건설하는 법적 근거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저장시설을 구축하되 중간저장시설을 만들기 전에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가 포화(100%)하면 100%를 초과하는 사용후핵연료를 해당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시설)에 임시로 넣어둔다는 내용이 법제화됐다.
국내 1호 건식저장시설은 고리원전에 짓는 것으로 이미 결정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망한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는 2032년이다.
정부와 원전 당국은 고준위 특별법 제정에 따라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해당 일정에 맞춰 중간·영구저장시설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이 수십년간 풀지 못한 국가적 난제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만약 영구저장시설은커녕 중간저장시설 입지 선정부터 주민 반대 등으로 난관에 직면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고리원전 등에는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묻히게 된다.
이를 놓고 환경·탈핵단체는 “원자력발전소가 ‘핵 쓰레기장’이 될 것”이라며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실제 이번 고준위 특별법에는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결국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고준위 특별법이 이번 국회에서 제정을 눈 앞에 뒀지만 명과 암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1차 전기본 정부안 사실상 확정
해상풍력 특별법은 정부 주도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입지 선정 등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망 확충법은 정부가 송전선로 확충을 지원해 전력 생산에 속도를 내도록 돕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수도권 전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생산지에서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분산에너지와 같은 개념이다.
정부가 마련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최종안도 이날 위원회에 보고됐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3년 39.1%에서 2038년 70.7%로 높이고,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합쳐 총 3기의 신규 원전을 2038년까지 짓는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