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등 20여 곳 대책 논의
- SC제일은행은 당좌거래 중지

기업 회생으로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국제신문 지난 5일 자 3면 등 보도)의 파장이 확산한다. 6000억 원 규모인 홈플러스 채권이 증권사를 통해 소매 금융에 풀려 일반 투자자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고, 은행권의 홈플러스 어음에 대한 부도 처리도 잇따른다.

지난 9일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증권사들에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STB), 카드매입채무 유동화전단채(ABSTB), 회사채를 개인·법인에 판매한 내역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자산운용사에도 운용 중인 펀드에 담고 있는 홈플러스 관련 채권 내역을 요구했다. 채권 규모는 6000억 원가량이다. 이 채권은 신영증권 한양증권 BNK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아 인수한 뒤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과 법인에 판매됐다.

금융감독원이 주목하는 것은 ABSTB의 채무 성격 판정이다. ABSTB는 마트사 카드 대금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금융 채무와 상거래 채무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시작하며 금융채무의 상환은 미루고 상거래 채무는 정상적으로 갚을 예정이다. 결국 ABSTB가 금융 채권으로 분류되면 여기에 돈을 넣은 개인·법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들이 홈플러스 ABSTB를 둘러싼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채권을 팔았다면 ‘불완전 판매’로 해석될 수 있다.

홈플러스 채권과 관련한 증권사·자산운용사 20여 곳도 전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공동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다. 홈플러스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SC제일은행은 홈플러스 어음을 지난 10일 은행권 처음으로 부도처리하면서 홈플러스의 당좌거래가 전면 중지됐다.

주요 시중은행 중 현재 신한 SC제일은행만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실적이 있고, 다른 은행들은 없다. 신한은행도 곧 홈플러스의 당좌예금 계좌를 막을 계획이다.

한편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이날부터 MBK파트너스에 직원을 파견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번 세무조사가 통상 4, 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조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홈플러스 자금 이슈를 고려하면 서울청이 폭넓게 특별(비정기) 세무조사 수준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