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시멘트업계가 수요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생산라인 가동을 줄이고 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 연합뉴스

24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 2월 시멘트 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8% 급감한 445만ｔ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 1,2월 내수 판매 중 가장 낮은 수치로, 2023년 약 712만ｔ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만에 무려 37.5%(267만ｔ)가 감소했다.

당초 시멘트업계는 올해 내수 4000만ｔ을 예상했지만, 지난 두 달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4000만ｔ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500만ｔ 출하가 이뤄졌어야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제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2020~2022년에도 1, 2월 시멘트 내수가 꾸준히 600만ｔ 내외를 유지했다. 또 2023년에는 팬데믹으로 잠정 연기됐던 건설현장의 가동이 재개되면서 동절기임에도 712만ｔ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1991년 연간 4420만ｔ으로 처음 4000만ｔ대에 진입한 이후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내수는 유지됐다. 국내 시멘트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1980년대 수준으로의 후퇴”라며 “기간산업의 위상은 오간데 없고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시멘트 출하 감소에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됐지만 지난 2월 말 재고는 약 340만ｔ으로 저장능력(379만ｔ) 대비 90%에 육박한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라인 6기 중 2기를 가동 중단했다. 업계 전체 생산라인 35기 중 8기가 이미 가동 중단됐고, 다음 달 중 추가로 2기도 멈출 계획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국제 유연탄 가격 하락 등 원가 절감요인은 모두 희석된 상황”이라며 “건설경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극심한 수요 절벽이 야기하는 시멘트업계의 경영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