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한국산 모든 수입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에 이어 상호관세 파고까지 덮치면서 비상 사태를 맞게 됐다.

국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 정부는 ‘긴급 경제안보전략 TF(태스크포스)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발 ‘통상 전쟁’ 글로벌 수준 확대

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갖고 취임 이후 줄곧 예고해 온 국가별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후 그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은)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일종의 ‘보복성 관세’로 보면 된다.

미국 정부가 이날 확정한 대한국 상호관세율은 25%다. 이는 중국(34%) 베트남(46%) 대만(32%) 등보다 낮고 유럽연합(EU·20%) 일본(24%) 영국(10%) 등보다는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주요 국가의 반대에도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보복성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발 ‘통상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되게 됐다.

특히 사실상 수출로 지탱하는 우리 경제는 EU·일본 등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이들 국가의 업체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아울러 한국은 ‘무관세 적용’의 근거가 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탄핵정국 돌입 이후 우리나라가 국가 리더십 부재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격화하는 글로벌 통상 전쟁에서 ‘수출 경쟁력 약화’ 등 리스크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로 전년보다 10.4%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도 역대 최대치인 55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관세에 이어 이날 상호관세 부과까지 확정되면서 이런 호조세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뾰족수 없는 정부, TF 회의 등 잇따라 개최

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한 대행은 지난달 25일 그동안 경제부총리가 주재해온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자신이 주재하는 경제안보전략TF로 격상했다.

미국 신정부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대응력을 제고하고, 통상과 안보 이슈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민·관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앞서 한 대행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서울공관에서 이재용 삼성그룹회장·최태원 SK그룹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도 이날 안덕근 장관 주재로 미국 관세 조치 대책 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단체, 국책 연구기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미국 상호관세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