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업계에 대한 재정 투자 규모를 기존 26조 원에서 33조 원으로 확대한다.
이를 활용해 경기 용인·평택 등 대규모 클러스터에 국비 지원을 대폭 늘리고, 중소·중견기업 대상 투자보조금 신설과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육성 확대 등을 추진한다.
현재 수도권에서만 운영되는 ‘반도체 아카데미’는 전국으로 확대한다. 다만 정부의 이번 지원 방안이 반도체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수도권 클러스터·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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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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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스터 국비지원 500억→1000억원
정부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반도체 시장 선점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민간 중심의 활력있는 반도체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반도체 분야 투자 규모를 기존 26조 원에서 33조 원으로 7조 원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인프라 분야 투자는 3조1000억 원에서 5조1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보조금·대출·보증 등 투자 재원은 18조1000억 원에서 21조6000억 원으로, 차세대 기술 분야는 3조8000억 원에서 5조 원으로 늘어난다. 우수인재 확보 분야에는 1조4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
우선 인프라 분야 투자에서는 용인·평택 등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에 대한 국비 지원이 신설된다. 정부는 “현재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지만 송전 인프라 구축에 약 4조 원이 소요돼 기업의 비용 부담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규모 첨단산업 특화단지가 적시에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업이 부담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70%를 국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지원’ 예산 626억 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투자 규모 100조 원 이상 대규모 클러스터에 대해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국비 지원 한도를 최대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배 상향한다.
대상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120조 원), 경기 용인 국가산단(360조 원), 용인 일반산단(122조원) 등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역시 이를 위해 2025년 추경안에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구축’ 예산 1170억 원을 추가할 방침이다.
●첨단특화단지 지원 비율 최대 50%로
첨단산업 특화단지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도 상향 조정된다. 앞서 정부는 2023년 7월 첨단산업 특화단지 지정 후 지난해 3월 관련 기준을 마련해 기반시설 구축비용의 15~30%를 지원 중이다.
하지만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경쟁 격화와 대규모 투자 촉진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첨단산업 특화단지 인프라 구축비용의 국비 지원 비율을 현재 15~30%에서 30~50%로 상향 조정하고, 바이오 첨단산업 특화단지 인프라에 대한 지원 기준도 신설하기로 했다.
가령 투자 규모가 100조 원 이상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국비 지원 비율은 비수도권의 경우 30%에서 50%로, 수도권은 25%로 40%로 높아진다. 100조 원 미만인 경우 비수도권은 20~25%에서 40%로, 수도권은 15~20%에서 30%로 올라간다.
정부는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도 신설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에서 공급망 안정품목·전략물자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입지·설비 신규 투자규모의 30~50%를 지원한다. 건당 150억 원, 기업당 200억 원이 한도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에는 50%를, 중견기업에는 40%를 각각 지원한다. 수도권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지원 비율은 각각 40%와 30%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3월 총 50조 원 규모로 도입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중 반도체 저리대출 17조 원에 3조 원 이상을 추가 공급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일반 반도체 분야도 차세대 반도체 분야 수준으로 보증비율 상향(현재 기본 85%→95% 이상)이 이뤄진다. 반도체 분야 기술보증 한도는 최대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1월 1일 이후 발생한 반도체 투자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대비 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상향 적용한다.
●반도체 아카데미 전국으로 확대
기업 및 인재 양성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우선 팹리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고성능 장비를 대폭 확충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실제 양산 환경에 근접한 미니팹을 2031년까지 구축해 소부장 기업들의 실증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혁신 역량과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팹리스 20개사를 ‘스타 팹리스’로 육성한다. 현재 15개사에 5개사를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학·연구기관 신진 석·박사 인력들에게 일경험이 될 수 있는 연구개발(R&D) 연수·연구 프로그램을 2026년 신설하고, 세계 최고 수준 기관의 우수 연구자를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 공동연구에 참여시키는 ‘인바운드’(in-bound) 프로그램도 내년부터 가동한다.
지방 기업의 안정적인 인재 확보 및 반도체 교육 접근성 제고를 위해 현재 경기 판교와 용인 등 2곳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 아카데미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