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 등에 따른 ‘진료 빈도 증가’가 아니라 병원들의 과잉 진료로 인한 ‘진료 단가 상승’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는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통제와 ‘행위별 수가제’ 개선 등이 제시됐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 서비스별로 수가를 정한 뒤 사용량과 가격 등에 따라 진료비를 내는 제도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KDI 제공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이런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물가 상승을 반영한 국민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28.0%로 추산됐다.

이 증가율에 대한 요인별 기여율을 보면 ‘가격’ 요인이 7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량 요인(14.6%) ▷고령화 등 인구 요인(8.6%) 순이었다. KDI는 “진료비 증가가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던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가격 요인을 의료기관 종류별로 세분화해서 보면 동네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상급종합병원(17.0%)과 종합병원(14.6%)이 뒤를 이었다.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는 초고령층에서 확인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진료 이용량이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은 ‘젊은 노인’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고령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85세 이상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연령대에서는 인구 요인이 전체 지출 증가의 50%, 수량 요인이 27%를 차지해 여전히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KDI는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및 과잉 진료를 통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예방 투자 확대, 건강보험 지출 요인 평가 정례화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행위별 수가제’ 개선을 촉구했다. KDI는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 및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예방·관리 중심의 일차 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보상제도 등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