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집행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추가 발행 계획이 우려와 달리 국채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10일 기획재정부의 ‘국채시장’ 통계와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근거로 이같이 밝힌 뒤 “이러한 시장 환경은 정부가 추경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구사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형성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의결된 추경 규모는 13조8000억 원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9조5000억 원을 추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5년 국고채 전체 발행한도는 197조6000억 원에서 207조1000억 원으로 4.8% 늘어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공급을 확대하면 금리가 오르게 되고, 이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안 의원은 “우려와 달리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국채 금리는 하향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채 추가 발행 계획이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안 의원에 따르면 올해 초 (1월 2일) 국채 3년물 금리는 2.507%였는데, 추경 의결 이후인 5월 2일에는 2.282%로 연초 대비 0.225%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채 10년물 금리도 2.749%에서 2.593%로 0.156%포인트 하락했다.

국채 추가 발행 계획에도 국채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게 안 의원 주장이다.

안 의원은 그 요인으로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선호’를 꼽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는 26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8000억 원)보다 165.2% 급증했다.

그는 “외국인의 한국 국채 수요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국채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이후 달러 가치 하락과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일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달러지수는 지난 4월 1일 103.949에서 5월 2일 99.840으로 4% 하락한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4.17%에서 4.33%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한국 국채가 ‘대안적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한국 국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30일 ‘양적 완화’를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결정된 한국의 세계국채지수 (WGBI) 편입 역시 외국인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 의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국내 국채시장은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금리도 하향 안정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인 채권 선호 현상, 외국인 채권투자의 지속적 순유입, 글로벌 장기 국채금리 안정추세 전망 등이 국내 국채시장의 수급상황을 개선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