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복원성(파도 등 외부의 힘으로 기울어졌을 때 원래대로 일어서는 성질) 부족으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박 복원성을 검토하고 있는 공단 관계자.

16일 공단은 선박의 복원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되는 ‘K-SHIP 프로그램’을 새로운 국제기준에 맞춰 개편한다고 밝혔다. 복원성이란 수면에 떠 있는 선박이 파도, 바람 등 외력에 의해 기울어졌을 때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말한다. 따라서 이 기능이 강해야만 만일의 사태 발생 때 선박을 보호할 수 있다.

공단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선박 침몰 및 전복 사고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1만6731척) 가운데 선박 복원성 상실에서 비롯된 전복·침몰 사고는 4.51%인 754척이었다. 그러나 사망·실종자는 151명으로 전체(603명)의 25%를 차지했다.

공단은 이 같은 점을 고려, 지난 2008년 자체 개발한 뒤 중소 선박설계업체와 대학 등 40여 개 기관에 보급한 기존 프로그램의 기능을 보완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선박의 횡방향 무게중심(TCG)을 적용한 프로그램 개발 등 복원성 강화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도 보완했다. 이번 개편은 국제인명안전협약( SOLAS) 개정 사항이 국내법에 반영된 데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중소형 선박 설계사무소 등은 앞으로 기본설계 단계에서부터 공단의 프로그램을 활용, 선박이 국내외 안전 규정을 맞추는 한편 복원성도 확보한 선박을 설계할 수 있다. 또 공단은 프로그램 사용자를 대상으로 연중 설문조사를 진행해 해당 프로그램의 기능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격은 400만 원대다. 1억 원 이상인 외국의 주요 프로그램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구입 비용은 아주 저렴하다.

김준석 공단 이사장은 “중소형 선박의 복원성 확보는 어선원과 여객선 이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요소”라며 “향후에도 해양 사고를 예방하는 세계적 안전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