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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먹여살리는 서핑 산업…양양은 배웠고, 부산은 멀었다

해양관광으로 부산 붐업 <3> 느슨한 규제, 산업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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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핑 배우는 ‘서핑스쿨’ 수천 개
- 현지인, 업장 내거나 코치 직업
- 관광객 대상 영업으로 가족 부양
- 해변 관리 규제 빡빡하지 않아
- 행정기관 아닌 공동체조직 전담

- 송정의 좁은 레저존, 많은 규제
- “이것 빼곤 다 돼” 긍정 접근 필요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에는 한국보다 큰 파도가 수시로 칩니다. 어린이가 들어가서 서핑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그런데 부산은 규제가 너무 많아요. 서퍼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지죠.”

지난 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김도균(40) 씨는 부산 출신이다. 김 씨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처음 서핑을 접한 뒤 한국에 돌아와 2007년 부산 송정에 터를 잡고 본격적인 서핑을 시작했다. 김 씨는 5년 동안의 송정 생활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 씨는 “레저존이 가장 불편했다. 다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수욕장 쪽에는 사람이 적어 한산했고, 더 넓은 면적을 써야 하는 서퍼들은 30m 안팎의 레저존 안에서 버글거렸다”고 회상했다. 민원에도 시달렸다. 그는 “새벽 시간이나 날씨가 궂은 날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데도 해양경찰이 레저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레저존을 늘려달라고 하는 요구는 지역 관변단체와 파라솔업자들에게 가로막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김 씨는 2012년 송정을 떠났다. 그렇게 향한 곳이 바로 발리다. 김 씨는 이곳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서핑 캠프를 운영한다. 2019년 아예 이민을 결심했고 이곳에서 결혼해 세 살 아이와 함께 산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다양한 파도와 서핑에 최적화된 인프라, 그리고 느슨한 규제로 세계 서퍼들의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국내 서핑 1번지인 부산 송정해변도 발리의 단순화된 의사결정 구조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2일 관광객으로 붐비는 발리 짱구해변 모습. 박호걸 기자
■자유로운 서퍼 천국 발리

발리는 세계 서퍼들의 버킷리스트다. 다양한 파도, 저렴한 강습비, 서핑에 최적화된 인프라와 해변 이벤트는 서핑을 하나의 관광 문화로 완성시켰다. 요트나 보트보다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서핑은 대표적 해양 레저로 급부상해 발전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강원 양양의 서피비치도 발리의 꾸따 비치 등을 벤치마킹해 ‘국내 서핑 성지’로 자리 잡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꾸따 해변은 초보자에게 유리하다. 공항과의 접근성도 좋고, 서핑을 즐기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사계절 서핑을 즐기기에 적합해 한국에서 오가는 직항 노선만 4개나 된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발리는 특이한 섬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가 있는 국가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를 비롯한 엄격한 규제가 있고, 일부 지역은 음주 행위가 적발되기만 해도 태형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발리는 힌두교가 강세이기 때문에 규제가 덜하고 자유로운 문화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자국민 관광객도 발리를 휴가지로 선택한다. 1970년대부터 일본과 호주 등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았고, 서핑 등 외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이제는 지역 문화가 됐다.

이곳 주민에게 서핑은 스포츠이자 생활 터전이다. 지역마다 서핑 동호회가 있는데 두각을 나타내면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서 엘리트 선수로 키운다. 지역별 대회도 많다. 엘리트 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서핑을 통해 자기 사업장을 내거나 티칭 코치 등 생업으로 삼을 수 있다. 꾸따 지역민 뿌뚜(23) 씨도 9살 때부터 서핑을 했지만 엘리트 체육인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다. 뿌뚜 씨는 “아버지도 서퍼였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다에 나와 파도를 탔다. 지금은 손님이 있으면 수업하고 없으면 바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서핑을 한다. 아내와 두 아이까지 4명이 먹고 사는 데 충분하다”고 웃었다.

발리 지역에는 서핑을 교습하는 서핑스쿨이 수천 개다. 김 씨처럼 한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서핑스쿨도 10여 개가 있다. 보드 대여료 1만 원, 강습료는 2만~3만 원 수준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티칭 코치 등 직원은 현지인을 채용해 지역 경제를 떠받친다. 발리에서 10년째 서핑스쿨을 운영 중인 오름서프하우스 김정남 대표는 “해마다 수천만 명이 발리를 찾는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다. 만약 규제가 많다면 관광객 발길은 끊기고 서핑으로 먹고 사는 수많은 사람과 그 가족의 살길이 막막해질 것”이라며 “발리가 발리다울 수 있는 건 격식 없는 야생의 자유로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인도네시아 발리 르기안 해변. 박호걸 기자
■해변 관리는 ‘반자르’로 일원화

발리의 자유로운 해변 이면에는 강력한 자치권력체계 ‘반자르(Banjar)’가 자리 잡고 있다. 반자르는 행정기관이 아닌 전통적 공동체 조직으로, 법적 권한은 없지만 발리 해변의 모든 사업과 질서는 사실상 반자르의 통제 아래 움직인다. 꾸따 해변에만 반자르가 13개가 있다. 이는 상위 그룹인 ‘꾸따 빌리지(반자르 협의회)’를 통해 해변의 일을 상의, 결정한다. 바다와 백사장은 지역민을 위해서만 활용할 수 있으며 외지인은 해변 도로 건너에서만 영업하고 투자할 수 있다.

반자르는 해변에서 직접 영업을 하는 지역민으로부터 매월 회비를 걷고, 해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외지인에게는 비정기적으로 발전기금을 받아 운영된다. 샤워시설도 반자르가 직접 운영하는데, 2000~5000루피아(약 160~4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수익으로 반자르는 매일 아침 지역의 해변을 청소하고 정비한다. 샤워시설에 직원을 고용하고 수도료도 낸다.

반자르가 해변에 대한 규제도 결정한다. 르기안 지역 반자르는 지난해부터 르기안 해변에서의 불꽃놀이를 금지했다. 규제가 없는 발리 지역이지만 심야시간 부문별한 불꽃 소리에 주민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르기안 반자르는 크리스마스와 신년에만 해변불꽃 놀이를 허용하고, 다른 날에는 못 하게 했다. 르기안 외 다른 해변에서는 불꽃놀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서핑협회 부회장인 마데 꼬둘(사진) 씨는 르기안 반자르에 소속돼 있다. 꼬둘 씨는 반자르로부터 해변 5m를 임대해 7년째 해변 바를 운영하는데, 월 120만 루피아(약 10만 원 )를 바자르 회비로 낸다. 꼬둘 씨는 “자금이 있는 편이어서 바를 운영하고 있다. 100여 명의 지역민이 나처럼 르기안 해변에서 영업 중이고, 나머지는 마을에서 마사지숍 식당 기념품점 등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등지에서 서핑숍을 운영하는 서프홀릭 신성재 대표는 “한국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자체 해양경찰 주민 등 여러 기관과 절차를 거쳐야 해 변화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인도네시아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는 어렵겠지만, 인도네시아처럼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규제를 하더라도 ‘이것 외에는 다 못해’라는 네거티브 접근보다 ‘이것 빼고는 다 해도 돼’라는 포지티브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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