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취임하는 것이 확정됨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내비쳤던 터라 신임 장관으로서도 약속 이행을 담보할 방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5월 현대건설이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힌 이후 2개월가량이 지나도록 별다른 후속 조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공기 연장 등을 담은 현대건설의 기본 설계안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뒤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달 17일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8개 사와 비공개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또 같은 달 말에는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5개 사와 만났다.

이에 지역사회 등에서는 국토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두 번째로 지분이 많았던 대우건설(18%)을 주간사로 해 새로운 연합체를 신속하게 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몇몇 대형 건설사가 참여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국토부는 지금까지 뚜렷한 ‘플랜 B’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공사 기간 등을 둘러싼 업체와의 이견이 일정 추진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은 바다와 육지에 걸쳐 시설이 건설되는 난도를 감안할 때 국토부가 제시한 84개월로는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됐던 현대건설도 공기를 108개월로 늘려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자 중도 포기를 결정한 바 있다.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국토부가 대선 등을 이유로 그동안 몸을 사린 것이 아니냐고도 지적한다. 정권이 교체될지도 모르는 터에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다른 부처와 달리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항공 업무를 담당하는 제2차관 임명과 장관 후보자 지명이 늦어지면서 업무 추진에도 지장이 생겼다. 강희업 제2차관은 지난 13일 임명됐다. 김윤덕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9일에 열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제 새 장관이 취임하는 만큼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가덕도신공항 조성 사업자 선정을 위한 얼개나 나올 것으로 본다. 조직 체계가 갖춰졌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사안에 대해 결론을 유보하기는 힘들어서다. 또 지역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점차 가시화되는 마당에 국토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 일정을 미뤄서는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시기와 방향이 문제일 뿐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다만 기존의 입찰 때처럼 공기를 84개월로 그대로 유지할지,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연장을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와 관련, 한편에서는 애초 계획했던 2029년 말 개항이 어렵다면 안전한 공항 건설을 위해 공기 조정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의 약속 등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방안을 제시할 것은 분명하다. 지난 25일 부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때 이 대통령은 “국가 사업은 잠깐 문제가 생겼다고 안 해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혹시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가덕도신공항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여서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