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전격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은 긴 과정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워싱턴DC으로 향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출국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애초 한미 양국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기로 약속한 재무·통상 수장 간 ‘2+2 통상협의’가 회의 하루 전 미국 측의 취소 통보로 무산되면서 협상 초반부터 난기류가 형성됐다.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과 정인교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전 정부 통상 협상팀으로부터 협상 바통을 넘겨받아 지난달 취임 직후부터 대미 접촉을 시작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 가장 먼저 마지막 협상을 앞둔 미국 현지에 투입됐다. 여 본부장 방미 다음 날에는 통상 수장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취임 후 이틀 만에 미국을 찾아 여 본부장과 함께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 등을 만나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이 시기 서울에서도 대통령실 주재로 경제·통상 관련 긴급대책회의가 연이어 소집되는 등 협상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특히 일본이 내놓은 5500억 달러(약 759조 원) 규모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에 못 미치는 투자안을 제시하자 미국 측의 증액 압박이 이어져 협상단과 본국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당초 25일 귀국하는 일정을 미루고 ‘집중 협상 모드’로 전환했다. 두 사람은 이번 협상의 ‘키맨’으로 꼽히는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수행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출국하자, 그를 쫓아 스코틀랜드까지 건너가 ‘출장 협상’을 벌이며 협상 불씨를 살리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이후 워싱턴 DC로 복귀한 러트닉 장관과 다시 한 차례 고위급 협상을 통해 최종안을 다듬어 나갔다.

지난 29일에는 ‘경제 사령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 도착하면서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