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항해운업계가 외항선원과 내항선원과의 불평등한 과세 구조를 바로잡아 줄 것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업계의 숙원인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연안해운 선박.

27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한국해운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최근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한 호소문’을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과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에게 제출했다. 업계는 ‘같은 바다, 다른 세금-대한민국 바닷길의 위기’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내항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혜택이 월 20만 원인 데 비해 외항선원에게는 월 500만 원까지 적용되는 현 제도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이어 항해구역 및 승선 기간만 다를 뿐 선박 운항을 위한 당직 근무, 사회와 격리된 환경 등 열악한 근무 여건에 다 같이 노출되어 있는 데도 25배의 세금 차별을 감내하는 것은 부당한 역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항해운산업이 점차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내항상선의 국적선원은 지난 2010년 8062명에서 2023년에는 7518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20~30대 선원은 1262명뿐이었다. 반면 60대 이상 선원은 4440명으로 전체의 59.1%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신체 능력 저하와 피로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선원 고령화는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한편 안전사고 발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젊은 선원의 유입은 적다. 우리나라 해기사 공급 대다수를 차지하는 해양대·해사고 학생들의 내항상선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고된 업무뿐 아니라 외항선원과 내항선원 간 근로소득 비과세 범위 확대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22일 대통령실에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한 호소문’을 전달한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가운데)과 박영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국제·정책본부장. 한국해운조합 제공

업계는 대통령실 호소문 제출과 별개로 국회와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정책 건의 및 추가 면담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우리 사회의 폭넓은 공감을 얻고자 대국민 홍보 활동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는 내항해운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전국 480여 개 유인도 섬 주민의 이동권을 지키는 한편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중요한 임무도 수행한다는 점 등을 적극 알린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등 업계 관계자들은 “내항해운의 붕괴는 곧 대한민국 해상교통망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정이 하나 되어 관련 산업이 고사하기 전에 이 불평등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청년의 현장 유입이 꼭 필요한 만큼 공정한 세제개편을 통해 선원 고령화를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