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소득이 늘어 계층(소득 분위)이 전년보다 상승한 사람이 전체 국민의 17%에 불과했다. 사회 이동성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이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게시판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국가데이터처의 이번 통계 결과를 보면 소득 분위가 전년보다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분위 이동성’은 2023년 기준 34.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3년 연속 하락세(전년 대비)를 보였다는 점에서 계층 간 이동이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소득 분위 이동자 가운데 계층이 상승한 사람은 17.3%, 하락한 사람은 16.8%였다. 이 통계에서 ‘소득’은 개인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친 것이다. 가구소득이나 재산·이전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대한민국 사회가 직장인의 월급이나 자영업자의 수입으로는 계층 간 이동이 점차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령별 ‘소득 분위 이동성’(이하 2023년 기준)은 청년층(15~39세)이 40.4%로 가장 높았다. 중장년층(40~64세)은 31.5%, 노년층(65세 이상)은 25.0%였다. 청년층은 상향 이동률이 23.0%로 하향 이동률(17.4%)보다 높았다. 하지만 청년층의 저소득층(1분위·소득 하위 20%) 탈출률은 2022년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8.4%로 나타났다. 노년층의 경우 1분위 유지율이 38.4%로 가장 높았다. 이는 가난한 노년층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상향 이동률은 16.6%, 여성은 18.1%로 여성이 더 높았다. 여성은 노동시장 진입·이탈이 잦고, 육아휴직 후 조기 복귀 등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데이터처의 이번 통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발표된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사회 이동성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뒷받침하고자 소득이동 통계를 집계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 1년간 계층 이동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사회 이동성 개선 정책 등에 대한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소득 분위 이동성이 40~50% 이상이면 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며 “(2023년 기준) 30%대인 소득 이동성(34.1%)은 비교적 안정적인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