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본격화땐 10위권 밖 우려

대규모 대미 현금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220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었다. 올해 3월 말 10위로 밀렸다가 이번에 다시 9위로 올라섰다.
주요국 외환보유액 추이를 보면 10위권 사수가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156억 달러에서 올해 9월 말 4220억 달러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위권 국가 중 홍콩(-0.6%)을 빼면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인상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액을 쓴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세계 1위 중국은 3조2024억 달러에서 3조3387억 달러로 4.3% 늘었다. 이어 일본 9.0%, 스위스 16.0%, 인도 10.1%, 러시아 17.1%, 대만 4.5%, 사우디아라비아 3.2%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문제는 주요국 외환보유액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외환 보유 증가세는 대미 투자 부담으로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로 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연간 200억 달러는 보유 외화를 운용해 얻은 수익을 통해 주로 조달할 계획이다. 외환보유액 중 유가증권과 예치금에서 매년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 등 운용 수익이 원금에 더해 쌓이지 않고 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세계 순위 10위권에서 이탈하면 이는 외환위기 수습 이후 처음이 된다.

다만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더라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달러 운용 수익이 그대로 미국에 투자되면 원화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중장기적으로 대미 투자 수익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선순환도 일부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