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 서울 경부선 구로역에서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는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인재(人災)라고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철도 운영 기관이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9일 발생한 구로역 작업자 사망 사고 현장.

18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지난해 8월 9일 새벽 2시 16분께 구로역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장비가 서로 충돌해 발생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사고로 전차선 절연 장치(애자)를 교체하던 30대 작업자 2명이 숨졌으며 50대 작업자 1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이들은 모두 구로역 9번 선로에서 전철 모터카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사전에 차단 승인을 받지 않은 10번 선로 방향으로 모터카 작업대를 2.6ｍ 펼쳐 작업을 하던 도중 서울역으로 회송 중이던 선로 점검차와 부딪쳤다. 당시 선로 점검차는 시속 85㎞ 속도로 달리면서 10번 선로에 들어오던 상태였다. 이 차량의 운전원은 20ｍ 앞에서 작업대가 10번 선로로 넘어온 것을 발견하고 급제동을 시도했으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항철위는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와 재연 시험, 관계인 조사 등을 한 뒤 ‘작업대가 옆 선로의 차량 운행 보호 구간을 침범한 것’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규정했다. 단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구로역 10·11번 선로(경부 상하 1선)에서 열차 운행을 차단하거나 열차 운행 사이에 작업할 시간을 확보하는 ‘지장 작업’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운전 취급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작업을 앞두고 계획 수립과 철도 운행 안전 관리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작업용 모터카에 대한 임시 운전 명령을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 임시 운행 열차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사고 발생에 기여한 요인이라고 덧붙었다.

이에 따라 항철위는 ▷전차선로 및 선로 내 작업 안전 강화 ▷ 정거장 구간 운전 취급(열차 운전 관리) 보완 ▷ 열차 운행 통제 개선 등 모두 3건의 안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코레일에 권고했다. 항철위는 “이런 지침이 현장에서 신속히 이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와 관련, 코레일이 안전관리 체계를 위반했다며 지난 9월 과징금 2억60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