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북 부안 해상에서 발생한 선박 화재.

겨울철에 선박에서 발생하는 화재 및 폭발 사고가 지난해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기상 환경 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거론됨에 따라 선사들의 철저한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계절별 선박 화재·폭발 사고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수치에서 겨울철이 차지하는 비중은 26.6%로 집계됐다. 전년의 15.2%보다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겨울철에 화재나 폭발이 일어난 선박은 2023년(22척)보다 18척이 늘어난 40척이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해양 기상 환경 악화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본다. 공단이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너울성 파도(이상 고파랑) 발생 일수를 분석한 결과, 겨울철이 사계절 가운데 12.7일로 가장 많았다. 또 겨울철 저수온 특보 발효일수는 2020년 18일에서 2021년에는 64일, 2022년에는 73일, 2023년에는 78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67일로 다소 줄었으나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은 해양사고가 일어났을 때 구조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탈출 곤란, 저체온증 위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2월 전북 부안 해상에서 일어난 선박 화재 때 구명조끼를 미처 착용하지 못한 선원 12명이 해상으로 탈출했으나 높은 파도, 강풍, 거센 조류 등으로 구조가 늦어지면서 7명이 실종된 바 있다.

이에 공단은 겨울철 선박 화재·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중심의 안전 활동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공단은 지난해 소형선박 밀집 정박지에서 선박 100척을 대상으로 전기·소방·조리·난방 설비를 집중적으로 살핀 바 있다. 또 올해에는 화재 취약 선박 200척에서 축전지·발전기·배전반 등 전기설비를 점검했다. 아울러 문어발식 배선 금지, 단자 조임 상태 확인 등 맞춤형 안전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소공간용 자동소화장치와 소화 테이프 등 실효성 있는 안전 물품도 단계적으로 보급 중이다.

김준석 공단 이사장은 “정박 중 혹은 휴어기 선박 수리 과정에도 화재 및 폭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장의 안전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취약 선박 중심의 점검과 현장 맞춤형 지원을 강화, 겨울철 해양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