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내항선원 처우 개선 요구 기자회견’에서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합 제공

내항해운 업계가 열악한 선원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위한 노력한 가운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일부 사안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는 정치권 등을 상대로 지속적인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한국해운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에 따르면 최근 끝난 정기국회에서는 업계가 가장 주력했던 내항상선 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에 대해 정부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결론이 났다. 현행 제도를 보면 외항선원의 비과세 범위는 월 500만 원이지만 내항선원은 승선 수당 20만 원만 해당된다. 조합 등은 비과세 혜택이 약 2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제도 개선을 계속 요구했다. 이에 국회 조세소위는 기획재정부가 내항해운 산업발전 및 내항선원 실질소득 증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소득세법 개정까지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내항선원의 처우를 개선할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내항선사의 장기 계약을 유인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성과로 거론된다. 개정안은 내항선사의 운송 안정성과 경영 예측 가능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수산부는 장기 계약 관리 방안(해운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수립하게 된다. 또 기재부는 구체적인 세제 지원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밖에 수도권·충청·강원 등 전체 선원의 30%가량에 이르는 북부권 해기 인력 교육 수요를 맞출 ‘경인권 종합비상훈련장(선원법정교육 훈련장)’ 건립 추진과 관련해서는 내년도 연구 용역비 2억 원이 확보됐다. 업계에서는 용역이 마무리되면 2027년 정부 예산에 설계비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내항상선 근로환경 개선 사업 예산 확보는 실패로 돌아갔다. 업계는 내항선박의 노후화와 선원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회 예산소위도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최종 예산 반영에는 이르지 못했다. 업계는 선원 복지를 강화하고 안전을 지키려면 근로 환경 개선이 핵심이라고 판단, 내년에도 예산 확보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채익 조합 이사장은 “이번 정기국회는 내항해운 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예산 논의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 등 핵심 현안이 부대의견으로 채택된 만큼 정부·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후속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