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연합뉴스

앞으로 300억 원 이상 규모의 정부자산을 매각하려면 국회에 반드시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매각전문 심사기구의 보고·의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자산을 민간에 팔 때에는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 등 활용 가능성부터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가 의무화된다. 모두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한 조처다.

●정부자산 매각관리 체계 전면 개편

기획재정부는 정부자산 매각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무분별한 민영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담긴 제도개선 방안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정부의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주문한 직후 김민석 국무총리가 각 부처에 지금까지 추진된 국유재산(정부 자산) 매각 관련 전수조사와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정부 측에서 이에 대한 배경설명이 명확히 나오지는 않았으나, 직전 국정감사에서 ‘전임 윤석열 정부 당시 국유재산이 헐값에 팔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주무 부처인 기재부가 헐값 매각 방지 등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재부는 “국민 모두의 자산인 정부자산의 내재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경제 성장과 사회적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아울러 정부자산을 매각할 때 국민적 합의를 존중하고 매각 과정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기재부는 정부자산 매각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각 부처(기관)별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매각전문 심사기구를 신설해 매각대상 선정 및 가격 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300억 원 이상 매각 안건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임위 사전보고를 의무화하고, 50억 원 이상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매각전문 심사기구의 보고·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다만 ▷기금 여유자금 운용 등 시장대응적 자산 매각 ▷기관 고유업무 수행을 위한 상시적 매각활동 등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하는 경우(손실보상 또는 주택법 등에 따른 목적 외 처분 제한)에는 사후보고로 대체함으로써 행정 낭비와 국민 불편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공기업 민영화 땐 국회 논의 후 추진

헐값매각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감정평가액 대비 할인매각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할인매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사전에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정부자산에 대한 감정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10억 원 이상 고액 감정평가를 할 때에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필증 발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기재부는 “국유재산법령 등에 규정된 수의매각 요건도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국회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소관 상임위 사전동의 절차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국회가 사전에 민영화를 심도있게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정부자산 민간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행정목적 등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매각 관련 정보공개도 대폭 확대한다. 우선 정부자산 매각을 결정한 경우 입찰정보를 즉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 ‘온비드’에 공개한다.

매각 후에는 매각된 자산의 소재지, 가격 및 매각사유 등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후 외부통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모든 공공기관은 반드시 온비드를 사용하고 국유재산법령을 준용하도록 의무화한다.

기재부는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신속히 추진하고, ‘300억 원 이상 국회 사전보고’ 등 행정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제도개선 사안은 연내 즉시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