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인터넷 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확정일자 유무를 확인한다.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2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iM뱅크·수협중앙회·수협은행과 ‘확정일자 정보 연계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임차인이 자신의 세입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인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임대인이 먼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추후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예방하고자 마련됐다.

현재는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저당권 설정 등기 접수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세입자는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도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생기게 된다. 일부 ‘악성 임대인’은 이런 점을 악용해 대항력 발생 직전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럴 경우 해당 대출은 선순위채권이 돼 세입자 보증금이 변제 후순위로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는 이 같은 세입자 피해를 막고자 지난 2023년 2월 내놓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의 후속 조치로 확정일자 정보연계 사업을 도입했다. 시중은행과 2금융권 11개 은행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은행은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할 때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서 제공하는 확정일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저당 물건 시세에서 임차인 보증금을 고려해 대출을 실행한다. 시세 10억 원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 임대인이 보증금 6억 원에 전세계약을 하고 7억 원의 대출을 신청한다면 은행이 시세에서 후순위 보증금을 차감하고 4억 원만 대출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국토부와 부동산원, 5개 금융기관은 확정일자 정보 확인을 위한 전용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안정적 정착을 위해 상호 기술 지원을 할 계획이다. 또 시스템 연계와 안정화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확정일자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보험사, 지방은행 등을 대상으로도 사업 연계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국토부는 새 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용되면 기존에 시중은행과 2금융권으로 한정됐던 확정일자 정보 연계 사업이 청년층 이용 비중이 큰 인터넷 은행까지 확대돼 취약계층의 보증금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기존에 연계된 11개 기관에 이어 이번 5개 기관이 추가됨에 따라 총 16개 금융기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임차인에게 더욱 안전한 전월세 공급이 확대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