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0년 연 6~9개월 운항 가능
- 컨선 시범운항·인재 양성 병행
- 러 연안 항로 지정학적 리스크
- 캐나다 경유 북서항로도 준비
- 유빙 등 정보통합 제공 체계 준비
- 내달 해양수도권 육성전략 발표
- 심의·의결할 ‘북극 항로위’ 구성
- 글로벌 환경보호·경제 균형 복안
2025년 12월 23일 해양수산부가 부산 동구 신청사 시대를 개막하면서 부산은 대한민국의 해양수도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을 넘어 다가오는 북극항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적 전진배치’다. 정부는 2026년을 ‘북극항로 시대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부산을 거점으로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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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올해를 ‘북극항로 시대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본격적인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다. 사진은 북극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빙하가 강물처럼 바다로 흘려내리는 모습으로, 바다와 접한 경게선은 빙하의 끝자락이고 뒤로 넓게 펼쳐진 얼음덩이들이 본체이다. 국제신문 DB |
■북극항로 ‘목전 현실’로“북극항로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 지난해 7월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기후 변화로 북극해의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재 연간 약 5개월 수준인 운항 가능 기간은 2040년 이후 6~9개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항로(NSR)는 기존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보다 운송 거리는 약 37%, 운항 시간은 1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는 ‘물류의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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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국제신문 DB |
해수부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신설하고, 부산항의 풍부한 인프라를 활용한 실증 단계에 돌입했다. 해수부는 우선 올해 8~9월 국내 민간 선사와 협업해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북극해를 통과하는 시범 운항을 실시한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북극항로 데이터 확보와 안전성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상반기 중 시범 운항을 수행할 국적 민간 선사 1곳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HMM 등 대형 선사와 극지 운항 경험을 노리는 중견 선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된 선사에는 쇄빙·내빙 선박 건조 보조금 최대 110억 원과 함께 부산항 시설 사용료 100% 감면,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저리 금융 지원 등 파격적인 패키지가 제공된다. 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611억 원), 친환경 쇄빙 컨테이너선 R&D(37억 원) 등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문 인력 양성도 병행된다. 해양수산연수원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특화 교육과 운항 시뮬레이션 과정이 개설되고, 유빙·기상·화물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24시간 북극항로 관리체계도 단계적으로 구축된다.
우리 정부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도 준비 중이다. 러시아 연안을 따라가는 북동항로가 국제 제재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를 대비해 캐나다 연안을 경유하는 ‘북서항로’ 시범 운항이라는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북동항로에 비해 경제성은 낮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북극을 통과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으로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가 해제되면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러시아 자원(LNG·석유) 수송을 위한 벌크선 상업 운항까지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해양수도권’ 완성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부산을 수도권에 필적하는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해양수도권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심의·의결할 ‘북극항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인프라의 ‘집적화’다. 부산에 해양 관련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2030년 신설을 목표로 하는 ‘해사법원’을 유치해 행정과 사법 서비스가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게 한다. 금융위원회와 협조해 2026년 중 ‘동남권 투자공사’를 설립하고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 역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든든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외교적 주도권 확보와 ‘북극항로 정상회담’도 추진한다. 북극은 어느 한 국가의 영토가 아닌 만큼, 외교적 역량이 곧 항로 주도권으로 이어진다. 우리 정부는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서 워킹그룹 참여를 확대한다. 2028년 UN해양총회를 계기로 북극해 연안국들과 함께 ‘북극항로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북극해 환경 보호와 경제적 이용의 균형을 맞추는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부산시도 올해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아 ‘부산항 3.0’ 비전을 선포하고, 2045년 세계 1위 컨테이너 항만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부산항만공사는 북극항로의 기종점으로서 진해신항을 메가포트로 개발에 4622억 원 투입해 배후 물류 단지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극지해양미래포럼 이동화 공동대표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본격화하는 북극항로 개척은 대한민국 물류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실험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적 과업이다. 올해 부산항은 단순히 짐을 싣고 내리는 항구를 넘어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동 기획: 국제신문, BNK금융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