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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가치 큰 평화·생태·예술…지역의 ‘원석’에 투자해야

부산…세계가 몰려온다 <4> 고유 콘텐츠 발굴·육성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6-01-18 19:35:4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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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51만명 찾은 유엔기념공원
- ‘유엔밸리 프로젝트’ 명소화 주목

- 산·강·바다 다 있는 서부산 자연
- 철새 등 생태관광 보고 적극 활용

- 문화예술도시로 성장 중인 부산
- K-팝 수용할 인프라 확충 절실

부산 관광의 화두가 ‘숫자’에서 ‘콘텐츠’로 바뀐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이라는 단기 목표를 넘어 1000만 명 시대를 꿈꾸는 부산시는 재방문과 체류 연장을 이끌 ‘온리 부산(Only Busan)’ 콘텐츠에 주목한다. 부산이 가진 원석은 명확하다. ▷세계 유일 유엔기념공원이 상징하는 ‘평화’ ▷산과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생태’ ▷K-팝부터 클래식까지 아우르는 ‘문화예술’이 그 핵심이다.
세계 유일무이한 유엔기념공원을 세계적인 문화교류 거점으로 확장하려는 ‘유엔밸리 프로젝트’가 부산 관광의 저변을 넓히는 기회로 주목받는다. 지난 17일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미국 오스틴 컬리지 학생들이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견학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평화’가 브랜드, 유엔밸리 프로젝트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무이한 ‘평화’의 상징이다. 18일 유엔기념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51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약 11%(5만 6000여 명)에 달한다. 주로 참전국 관계자와 마이스(MICE) 방문객들이 찾지만 이곳의 잠재력은 단순 참배를 넘어선다.

최근 민간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유엔밸리 프로젝트’는 이 공간을 단순한 추모의 장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교류의 거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공원 인근에 22개 참전국 문화원을 유치해 ‘문화원 거리’를 조성하고 각국 음식과 문화를 현지 스타일로 체험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관광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아시아권에 편중된 부산 관광의 저변을 서구권과 전 세계 청소년 단체 관광객으로까지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2022년 인도문화원 건립으로 사실상 첫발을 뗀 이후 이 프로젝트가 추가로 가시적인 움직임이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BNK부산은행과 삼성 등 주요 기업이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음에도 민간 주도 방식이라 추진력이 떨어지고 행정력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서다. 사업의 공공성과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산시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유엔밸리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의 현지 문화를 즐기는 이색 ‘체류형 관광 거점’이자 청년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예비 외교의 장’으로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며 “지자체가 직접 나서 사업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실행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부산 ‘생태’… 관광 영토 확장

산과 강,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서부산 지형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관광 자산이다. 동부산이 프리미엄 휴양지로, 원도심이 역사·문화 거점으로 정착했다면, 서부산은 부산 관광의 영토를 확장할 ‘생태 관광’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이러한 천혜의 자원을 글로벌 관광도시의 강력한 무기로 삼기 위해 사하구 을숙도 일대의 국내 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속도를 낸다. 또 삼락생태공원의 국가정원 승격과 ‘낙동선셋 화명에코파크’ 조성 등 자연에 스토리를 입히는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낙동강 하구 습지와 철새를 만나는 생태탐방선, 최근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금정산과 낙동강을 잇는 생태 축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유행하는 ‘K-등산’과 자전거 트레킹의 최적지로 꼽힌다. 한상현 동의대 국제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금정산이나 장산, 갈맷길 등지에서 배낭을 멘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 만큼 부산 생태 자원의 매력은 세계에서 검증됐다”며 “서부산의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훌륭한 상품인 만큼 ‘낙동강 자전거길’처럼 이미 구축된 우수한 인프라를 관광 코스로 적극 활용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예술 투자… 글로벌 관광자원화

고부가가치 관광의 핵심인 문화예술 분야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조성진 공연 연계 관광 상품(2박3일에 242만 원) 흥행이나 아트부산, 부산비엔날레 등 미술행사를 향한 국내외 관심은 부산이 ‘아트 투어’라는 새로운 관광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도쿄의 미술관 여행과 같은 형태가 부산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현재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와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 등을 통해 이러한 ‘문화 투어’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 공연 인프라 확충은 여전한 과제다. 최근 부산콘서트홀과 낙동아트센터 등 수준 높은 클래식 전용 공연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며 기초 예술의 기반을 닦은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다만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초대형 K-팝 이벤트나 대중음악 공연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아레나급 전문 공연장은 미흡하다. 원아시아페스티벌(BOF)이 지난해 1만 명의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등 매년 성장하고, 오는 6월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릴 예정이지만 부산에는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전문 공연장이 없다. 클래식부터 K-팝까지 콘텐츠의 다양성에 걸맞은 하드웨어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또한 미술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관광산업 하나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비엔날레는 관련 예산이 오랫동안 40억 원 안팎에 머무르며 시립미술관 및 현대미술관의 기획 전시 예산 역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체 상태다.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문화예술은 외국인의 재방문을 이끄는 가장 부가가치가 큰 관광 상품”이라며 “부산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해외 관광객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전시 및 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과감한 예산 증액과 정책적 관심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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