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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서는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22일 부산신항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화학제품 등 선적 화물 다양
- 해빙·기상 따른 데이터 확보
- 로테르담 등 유럽 3곳 기항
- 2030년 정기 서비스 목표
부산항에서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바닷길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가능성으로 거론됐던 북극항로를 실제 컨테이너 물류망에 연결해 운항시간과 안전성, 화물 수요를 검증하는 항해다. 이번 시범운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부산항의 물류 영역도 태평양과 기존 남방항로 중심에서 북극해까지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첫 북동항로 컨테이너 실증‘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22일 부산신항을 출항, 45일간의 실증 운항에 들어갔다. 이 선박은 베링해협과 러시아 북쪽 북극해를 통과한 뒤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차례로 기항하고 다시 북동항로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온다.
첫 기항지인 펠릭스토우까지 계획된 운항거리는 약 1만3879㎞다. 펠릭스토우에서 로테르담까지 약 216㎞, 로테르담에서 그단스크까지 약 1590㎞를 이동한다. 그단스크에서 부산까지 귀항 구간은 약 1만4173㎞다.
우리나라 선사의 북극항로 운항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선사들이 플랜트 설비 등 화물을 운송하며 모두 5차례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했다. 다만 당시에는 비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단발성 항해가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실제 수출 컨테이너를 싣고 유럽 주요 항만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특히 이번 항해는 유럽까지 한 차례 운항한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북동항로를 통해 부산으로 돌아오는 왕복 실증이다. 왕복 운항 과정에서 기상과 해빙 여건에 따른 운항시간과 연료소모량, 정시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85개 화주…화물 확보 능력 검증이번 항해에는 모두 85개 화주가 참여해 화학제품과 중고자동차, 자동차부품, 금속제품, 제지류 등 수출화물 737TEU를 선적했다. 여기에 빈 컨테이너 202TEU를 포함하면 전체 선적량은 939TEU다.
품목별로는 화학제품이 363TEU로 가장 많고 중고자동차(141TEU) 자동차부품(113TEU) 등이 뒤를 이었다.
화물 확보 능력 역시 이번 실증의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지난 6월 사전 수요조사 당시에는 약 1300TEU의 물량이 파악됐지만 실제 선적된 수출화물은 737TEU였다. 선박 확보와 운항 준비, 행정·보험 절차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화주를 대상으로 한 실제 영업기간이 짧아진 영향이 컸다.
북극항로가 향후 정기 서비스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기존 항로보다 운송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해진 날짜에 안정적으로 출항하고 도착할 수 있는 정시성과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화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성격이 다른 화물이 함께 실린 것도 북극항로의 잠재 수요를 가늠하는 자료가 된다. 어떤 품목에서 시간 단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지, 화주들이 실증 이후에도 북극항로를 반복적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가 향후 정기항로의 사업성을 좌우할 수 있다.
■2030년 정기항로 목표안전성 검증도 핵심 과제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기온과 수온, 풍속 등 극지 운항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장비가 설치됐다. 선장과 항해사들은 극지해역 전문교육을 이수했으며, 극지 운항 경험을 갖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현직 항해사도 승선해 운항을 지원한다.
북극해는 일반 항로보다 해빙과 기상 변화에 민감한 만큼 실제 항해 과정에서 위험요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운항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지도 주요 실증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운항에서 단순한 항해 성공 여부뿐만 아니라 운항거리와 소요기간,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정시성, 보험·금융비용, 화물 확보 가능성 등 상업운항에 필요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통해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한 뒤 2030년 정기 서비스 항로 개설을 목표로 한다. 이후 선박 대형화와 운항 확대를 추진해 2035년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