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부산의 과제는 항만시설 확충에만 있지 않다. 부산을 출발하는 선사가 ‘오늘은 북극항로가 유리한지, 수에즈항로가 유리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모으고 위험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6일 부산항만공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범운항을 통해 정확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달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45일간 북동항로를 왕복하며 운항거리와 소요시간,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등을 기록한다.
해양수산부도 이를 앞으로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구간별 속도와 연료사용량, 해빙으로 인한 우회·감속, 보험과 쇄빙 관련 비용까지 세밀하게 남겨야 한다.
데이터가 쌓이면 부산에서 ‘항로 경제성’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출항 전 유가와 해빙상태, 선박 내빙등급, 화물량, 쇄빙 지원 필요성, 보험료를 입력해 북극항로와 수에즈항로의 예상 기간과 비용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같은 배도 계절과 얼음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경험보다 데이터로 항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법률·제재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동항로는 러시아가 관리하는 NSR 수역을 지나 운항허가와 보험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대러 제재도 거래 상대방과 화물 등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선사마다 해외 로펌과 보험사를 찾아 같은 내용을 반복 확인하면 비용과 시간이 커진다.
오는 12월 17일 시행되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북극항로종합지원센터 지정과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재정·금융지원의 근거를 담았다. 부산이 이를 활용해 운항허가와 극지기상, 보험, 제재, 계약 정보를 연결하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춘다면 그 자체가 해양서비스 산업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KMI의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도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과 금융·제도 지원을 포함한 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의 목표도 ‘북극항로가 무조건 싼 항만’이 아니라 기상과 유가, 보험, 제재가 바뀌어도 가장 빠르게 손익을 계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KMI 관계자는 “북극항로의 가장 큰 약점인 불확실성을 정보·금융·법률 서비스로 줄인다면 부산은 기항지를 넘어 북극 물류의 의사결정 거점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