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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항로 운항이 활성화되려면 기존 수에즈운하의 대체항로로서 경제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세계 각국의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 러 수역 통과비용·보험 유동적
- 계절별 해빙·선박 크기도 변수
- 정기 컨선은 속도보다 정시성
- 북극해 상황따른 변동성 고려
- 초대형선 제약 ‘규모 경제’ 뒤져
- 돈 되는 시기·화물 종류 확인을
부산에서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바닷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항해거리가 짧아진다고 물류비까지 반드시 싸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수역 통과 비용과 보험, 계절에 따른 해빙 변화, 유가와 선박 크기까지 함께 따져야 북극항로의 실제 경제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한 2758TEU급 내빙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이를 확인하는 시험대다. 팬스타그룹에 따르면 이 선박은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을 싣고 북동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향했다. 부산~로테르담 기준 수에즈항로보다 운항거리를 약 35%, 운항기간은 약 10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도 이번 시범운항에서 운항거리와 소요기간, 연료소모량, 실제 운항비용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러시아 수역 통과가 첫 관문…쇄빙·보험에 지정학 리스크까지북동항로(NSR)는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러시아 북극항로청(NSRA)이 공개한 관련 규정에 따르면 NSR 운항에는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고 사고와 오염 등에 대비한 책임보험이나 재정보증도 요구된다.
비용도 수에즈운하처럼 일정한 통행료 하나로 계산하기 어렵다. NSRA에 따르면 쇄빙선 지원과 빙해도선 비용은 선박 규모와 내빙등급, 지원거리, 운항시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얼음이 많아 쇄빙선 지원이 늘면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지는 대러 제재도 변수다. 국제P&I클럽그룹의 2026~2027 보험연도 자료를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일부 전쟁위험 담보 제한이 유지된다. 러시아 수역 통과 자체가 보험 불가를 뜻하지는 않지만 선사는 거래 상대방과 화물, 결제, 보험 적용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북극항로엔 연료비뿐만 아니라 쇄빙 지원과 보험, 제재 대응 등 지정학적 위험을 비용으로 반영해야 한다.
■얼음 줄어도 연중항해는 별개… 정기선은 ‘정시성’ 중요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감소하는 것은 북극항로 확대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얼음이 줄어드는 것과 컨테이너선이 사계절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북극 해빙은 통상 3월께 가장 넓고 여름철 감소해 9월께 최소 수준을 기록한다. 장기적으로 해빙은 줄고 있지만 얼음의 위치와 두께, 유빙 이동은 매년 달라진다. 바람과 안개, 폭풍까지 겹치면 배가 속도를 낮추거나 항로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해수부도 팬스타 아크로호의 실제 항로와 일정이 북극해 기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기 컨테이너선은 단순히 빨리 가는 것보다 예정된 시각에 도착하는 ‘정시성’이 중요하다. 북극항로로 열흘을 줄이더라도 해빙에 따라 운항일수가 크게 흔들린다면 화주 입장에서는 이용하기 어렵다. 북극항로의 경쟁력을 판단할 때 최단 항해기간뿐만 아니라 실제 운항기간의 변동성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거리 짧아도 현재는 수에즈가 저렴…유가·선박 크기가 관건가장 큰 문제는 결국 운송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학술지 ‘해양정책연구’에 2025년 실린 부산~로테르담 항로 경제성 연구를 보면 수에즈항로에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할 경우 TEU당 운송비는 726달러로 추산됐다. 반면 북극항로의 4300TEU급 내빙선은 1128달러였다.
가장 큰 차이는 ‘규모의 경제’다. 수에즈에서는 2만TEU급 초대형선이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나를 수 있다. 반면 북극항로는 해빙과 선박 성능 등의 제약으로 같은 규모 선박을 자유롭게 투입하기 어렵다. 거리가 짧아 연료를 절약해도 컨테이너 하나당 운송비가 높아질 수 있다.
유가와 보험료, 쇄빙비도 경제성을 좌우한다. 유가가 높으면 짧은 항로의 연료절감 효과가 커지지만 유가가 낮으면 수에즈항로의 초대형선 경쟁력이 다시 커진다.
KMI 연구에서도 여러 비용조건을 바꿔 분석했지만 현재 여건에서는 수에즈항로가 우위를 보였다. 그렇다고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납기가 중요한 고부가가치 화물이나 프로젝트·특수화물 등은 시간 단축의 가치가 추가비용보다 클 수 있다.
결국 북극항로의 과제는 수에즈항로를 통째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계절에 어떤 배로 어떤 화물을 실어야 경제성이 생기는지를 찾는 것이 먼저다. 부산항만공사 이응혁 국제물류지원실장은 “팬스타 아크로호의 이번 시범운항에서 확보될 실제 연료비와 운항시간, 쇄빙·보험 비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이 북극항로 거점을 목표로 한다면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느냐’를 넘어 ‘어떤 조건에서 북극으로 가야 돈이 되는가’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산~로테르담 항로별 컨테이너 운송비 |
구분 |
연구상 투입 선박 |
TEU당 비용 |
수에즈 대비 |
수에즈항로 |
2만TEU급 초대형선 |
726달러 |
기준 |
북극항로 |
4300TEU급 내빙선 |
1128달러 |
+55.4% |
북극항로 |
4300TEU급 비내빙선 |
1404달러 |
+93.4% |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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