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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녀 여사의 행적

일가와 북만주 망명…독립군 지원활동

일경 툭하면 가택수색, 탄압 피해 숱한 이사

광복 귀국후 6·25때 부산 피란, 영도에 정착

처음엔 청학동 안장했다 74년 용호동 이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5-08-01 00:29:53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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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묘지에 있는 안중근의사의 여동생인 안성녀 여사 묘소. 무성한 수풀로 뒤덮여 있던 비석이 취재진의 손길로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인 안성녀 여사의 묘지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안 여사의 중국 망명 및 귀국후 생활이 베일을 벗고 있다.

그동안 안중근 의사 가문의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는 안중근숭모회 등 관련기관과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안 여사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

본지 취재팀은 안 여사의 외아들 권헌(1980년 사망)씨의 제적등본과 안 여사 후손들의 증언을 기초로 안 여사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어렴풋하게나마 추적했다.

안 여사는 큰오빠인 안중근 의사가 조선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1909년 10월26일)한 이듬해에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오빠인 정근 공근 일가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북만주로 망명을 떠났다.

안 여사는 남편인 권승복(1920년 사망)과의 사이에서 외아들 권헌을 낳았다. 안 여사의 며느리인 독립지사 오항선(95) 할머니의 증언. "안 진사(안중근 의사의 부친 안태훈 선생)와 같은 마을(황해도 신천)의 진사 집안인 안동 권씨 집안이 자연스럽게 혼담이 오고가 시집갔다고 시어머니가 말했다."

제적등본에 나오는 권헌의 출생 연월일은 1910년 2월10일. 출생지는 중국 길림성 의란현 동대가(吉林省依蘭縣東大街) 50호. 하지만 후손들은 권헌씨의 실제 출생년도가 1914년이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안 여사는 중국 망명 초기에 권헌을 출산한 것이다.

이후 중국 남쪽인 하북성으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손녀 혜영(64)씨와 손자 혁우(61)씨가 태어난 것으로 볼 때 안 여사는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힘겨운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시어머니인 안 여사와 함께 생활한 오 할머니는 현재 백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 할머니는 일본 군인들이 독립운동의 거목인 안중근 의사 가문을 지독스럽게 괴롭히는 현장을 생생히 지켜봤다. "시어머니와 함께 독립군들이 입다 해진 군복을 깁고 있으면 난데없이 일본 군인들이 나타나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비밀 문서와 숨겨 놓은 총기를 찾기 위해 가택수색을 했어. 잠시도 편히 놔두질 않았지. 또 일경들의 탄압을 피해 집을 자주 옮겨 다니는 등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지…."

해방이 되자 안 여사는 오 할머니와 가족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안 여사의 남편인 권 선생은 1920년 7월3일 중국에서 사망한 상태였다. 안 여사를 '누님'이라고 불렀다는 이승만 대통령과 백범 김구 주석의 도움으로 서울 청파동과 쌍림동 일대로 거처를 옮겨다닌 안 여사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란했다.

안 여사의 손녀인 권혜영씨는 "어릴적 서울 명동성당에 할머니를 따라 몇번 다녔고 아현동으로 기억되는 안중근 의사의 외동딸인 안현생의 집에 감자 캐러 간 일이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당시 부산시장이 마련해준 영도 봉래동의 두칸짜리 가옥에서 생활하던 안 여사 가족은 같은 집에서 생활하던 다른 피란민이 불편해하자 영도 신선동 2가2번지 산비탈로 거처를 옮겼고, 이곳을 새 본적으로 등록했다.

당시엔 부산시 직원이 매일 안 여사 거처를 방문해 안부를 물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고 한다.

1954년 4월8일 안 여사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전 독립기념관장이었던 안춘생 선생(당시 육군소장)이 헌병 두명을 앞세우고 군용 지프차로 달려왔다고 한다.

1960년 9월5일 만들어진 안성녀 여사의 외아들 권헌(1910~1980년)씨의 제적등본.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것과 아버지(권승복)-어머니(안성녀) 이름 왼쪽에 '망'자가 들어간 것(점선 부분)으로 미뤄 이미 사망한 것을 알 수 있다.
안 여사의 손자 혁우씨는 "안춘생 선생이 쌀 한가마니와 생활비가 든 봉투를 내려놓고 돌아간 뒤 이후 몇차례 더 만났으나 최근에는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안 여사 유해를 영도 청학동에 안장한 후손들은 1974년 대연동으로 이사가면서 현재의 용호동 천주교회묘지로 이장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안중근 의사 가문 중 안 여사의 시댁인 권씨 가문을 기억하는 사람은 단 두 사람. 독립운동가 안춘생 선생의 친형인 안봉생 선생의 딸인 안기영(60)씨와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안도생 선생(사망)의 장남인 기준씨(71)가 그들이다. 안 의사 가문의 '대부' 격인 안춘생(93)씨는 최근 기력이 많이 쇠약해져 안타깝게도 권씨 집안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중 안 여사의 묘소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기준씨가 유일하다.

안 의사 가문 중 유일하게 부산에 거주하는 기준씨는 "1947~1948년께 고모할머니(안성녀 여사)와 함께 김구 주석이 마련해준 서울 을지로 6가의 적산가옥에서 3~4개월 함께 산 적이 있다"며 "당시 할머니에게 '안중근 의사 여동생이 맞느냐'고 물으니 빙그레 웃으시며 '응'하던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안중근 의사의 바로 아래 동생인 안정근 선생의 며느리 박태정(75)씨는 "남편(전 미얀마대사 안진생)으로부터 시고모님(안 여사)이 북만주인가 연해주에서 망명 중 사망한 것으로 들었다"며 "그동안 시고모님 묘지와 후손들이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전 독립기념관장인 안춘생 선생으로부터 안 의사 가문의 망명시절 안 여사를 북만주 송화강 인근에서 본 적이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하지만 시고모님의 귀국 이야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10여년간 안 의사를 연구해온 장석흥 국민대 교수는 "안 의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80년대 이후 이뤄졌다. 안 여사에 대해서는 사료조차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여사에 대해 유일하게 증언해 줄 오항선 할머니마저 고령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안중근 의사의 유일한 손자인 안웅호 박사(72·미국 거주)는 지난 1991년 귀국해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고모 할머니(안성녀)를 통해 자주 들었다"고 밝혔었다.

사회1부 광역이슈팀

신수건기자 giant@kookje.co.kr

이노성기자 nsl@kookje.co.kr

배성재기자 passion@kookje.co.kr

※기사제보=(051)500-5191 issu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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