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신도시인 해운대 신시가지가 올해로 입주 10년을 맞았다. 1996년 입주 초기 부실시공·출퇴근 전쟁·공공시설 부족이라는 3대 문제점이 노출됐던 신시가지는 이제 동부산권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개성이 뚜렷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계획도시인 신시가지 10년, 그 현재를 집중 탐구했다.
인구 10만여명인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의 교육열은 서울 강남 못지 않다. 사교육비 지출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반면 전통을 지키려는 경향은 기존 도심보다 약하다. 성향은 이해타산적이며 옳고 그름을 잘 가린다. 부산 최대 현안인 달맞이언덕 AID아파트 재건축에 대해서는 '경관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곡초등학교 3학년 김정연(가명·10)군은 학교수업을 마치면 영어·피아노·글짓기·태권도 4과목을 배우러 학원을 다닌다. 유치원생인 동생 정훈(6)이도 레고닥터(레고를 이용한 교육)와 미술을 배운다. 아이들 앞으로 들어가는 학원비는 매월 75만원. 이군의 어머니는 "주위 아이들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3일 상당초등학교 학부모 100여명은 해운대교육청에서 자녀들의 중학교 배정문제로 시위를 벌였다. 신시가지를 벗어난 중학교에 자녀들을 배정하려는 계획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입주 첫 해인 1996년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교육문제였다. 그러나 명문학교들이 육성된 최근에는 강남에 버금가는 교육열을 우려해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영어듣기평가'의 1~5등은 거의 신시가지 학생이 차지한다. 2006학년도 진학 현황을 보면 신시가지내 5개 중학교에서 무려 91명을 특수목적고에 진학시켰다.
학원들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현재 신시가지의 학원수는 191곳으로 해운대구 전체 572곳의 33.4%를 차지한다. 신고된 개인과외·교습소만 395개이다. S학원 정상묵 원장은 "미신고 과외방까지 합치면 1500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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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의 2005년 모습(위)과 개발계획이 수립되던 1990년 촬영한 항공사진. 나지막한 야산과 단독주택이 있던 자리에 수백동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사진 오른쪽 위·아래 ①·②로 처리된 지역이 AID아파트이다(흰색 부분은 보안시설임). 부산시 제공 |
여론조사기관인 다산리서치가 취재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해운대 신시가지 주거환경 만족도'에 따르면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응답자(286명) 가운데 89.6%가 '자녀 교육열이 높다'고 했다. 보통이 7.8%였고 '아니다'는 2.6%에 불과했다. 가구당 평균 월 사교육비는 전국 평균보다 3.9배 높은 58만6000원이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14만9000원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4일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에게 제출한 '양극화 극복을 위한 교육분야 현황과 정책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강남·송파)의 가구당 평균 사교육비는 신시가지와 비슷한 58만7000원이었다. 신시가지 가구 소득별로는 299만원 미만이 43만6000원, 300만~399만원이 52만9000원, 400만~499만원이 75만원, 500만원 이상이 80만2000원이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부의 학력세습'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시가지와 인접한 AID아파트 재건축 방향에 대해선 60%가 '달맞이언덕의 경관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당 주민의 재산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29%였고, 11%는 '상관없다'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주거 만족도에 대해선 거주민과 전문가들의 입장이 상반됐다. 많은 도시공학자들이 해운대 신시가지를 '실패한 계획도시' 또는 '1990년대에 1980년대식 주거단지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것과는 달리 해당 주민 90.8%는 주거만족도가 '매우 높다' 거나 '높다'고 평가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93.2%가 '없다'고 했다. 특히 74.6%는 신시가지에 산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는 "해운대 신시가지의 주거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부산의 주거환경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지난해 아파트 581가구를 대상으로 한 생활만족도에서 '높다' 또는 '매우 높다'는 응답이 19%에 불과했다.
타지역 대비 우수한 주거환경으로는 교육(34%)과 생활환경(32.8%) 등을 꼽았다. 반면 불만족한 주거환경 1위는 보건·위생(38.2%)이었다. 입주 10년을 맞도록 종합병원이 없는데다, 신시가지 내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시가지 주민이 '이해 타산적이냐'는 질문에는 72.8%가 '그렇다'고 했다. '옳고 그름을 잘 가린다'는 응답도 75%였다. 반면 '전통을 지키려 한다'는 응답자는 36.8%에 그쳤다. '인정이 많으냐'는 항목에 대해선 4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광역이슈팀=이노성 배성재기자 issu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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