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제척지를 '돼지우리'라고 불러요. 손자가 혹시 따돌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예요."
5대째 제척지에서 살고 있는 조정업(72)씨. 손자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한다. 불과 10년전. 해운대 신시가지에는 논밭과 낮은 야산으로 둘러싸인 대천마을과 오산마을이 있었다. 주민들은 군부대 내 경작지에서 농사를 짓거나 영세 가구공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시가지 개발에서 제외돼 '도심속 오지' 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떠나고 30여 세대만 남아 있다.
부산시건설본부는 신시가지에서 제척지로 들어가는 하수도·난방 시설을 끊어버렸다. 개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굉장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 아니겠냐"며 "부산시에 신시가지의 도시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다"고 말했다.
제척지 원주민들이 느끼는 위화감도 크다. 조씨는 "아파트촌에는 해운대소각장에서 공급해주는 열로 값싸게 난방을 하는데 우리는 비용은 더 들고 효율은 낮은 기름보일러를 쓴다"면서 "특히 신시가지 주민들의 교육열이 높아 자녀들 교육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제척지 난개발에 대해 그는 "땅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은 손바닥만한 땅을 갖고 있어 단독 개발이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개발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