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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불량성빈혈 치료를 받은 뒤 손톱 8개가 빠져 버린 한 학생의 손. 이 학생은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 했다. |
항암제는 '필요악'이다. 암덩어리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꿈을 빼앗기도 한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진수(16)는 손톱이 모두 빠졌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진수의 부모는 5년전 앓았던 재생불량성빈혈 치료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의학적 근거는 없다. 담당 의사도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 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손톱이 없으면 음식물 균에 감염되기 쉬우니까 진로를 바꾸라고 했죠.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었어요." 진수는 그때부터 요리책에서 본 음식을 따라 만들던 유일한 취미를 그만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여진(17)이는 전교 석차가 20위권 내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다. 장래 희망은 의사. 그러나 최근 시력이 급격히 악화돼 걱정이다. 여진이의 어머니는 "의사는 원래 시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애인 등록을 해야 할 정도로 갑자기 시력을 잃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항암제의 부작용이라는 주장이다.
골수이식 때문에 남녀 성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장래 축구선수가 희망이었던 주현(13)이는 혈액 검사를 하면 여자로 나온다. 골수이식 제공자가 여자인 탓이다. 성격도 점점 여성스러워져 부모를 걱정시킨다. "요즘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왜 여자처럼 행동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돼요." 주현이 엄마는 '여자가 남자축구팀에서 뛸 수 없다'고 아들을 달래 운동을 그만두도록 했다.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대학생 순영(21)씨는 전공인 'IT 비즈니스' 대신 파티쉐(케이크 쿠키 파이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전문가)로 진로를 바꾸고 현재 학원에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멀쩡하던 귀가 안들리다 보니 사람 만나는 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다.
미용사가 되고 싶어하는 현진(여·21)씨는 집에서 놀고 있다. 미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데 현진씨는 골수성 백혈병을 몇년간 치료하면서 관절이 나빠져 그럴 수 없다. 어머니 정숙씨는 "치료하느라 공부 못한 것도 마음이 아픈 데, 후유증으로 하고 싶은 일도 못하는 현진이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애통해 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정정애 부회장은 "소아암 환자 가운데 일부는 후유증과 사회적 편견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면서 "장애인 고용 의무제와 같은 취업알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