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국경 없는 경제전쟁의 시대에 들어섰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을 정점으로 국가주의와 패권주의에 입각한 신보수주의가 득세 중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혁명은 영토와 주권을 초월하여 세계를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 나간다. 국가들로 이루어진 세계지도는 사이버공간의 그물망(network) 지도와 겹쳐지고 있다.
초국가 기업, 초국가 테러조직, 초국가 시민사회조직 등 새로 등장한 주인공들은 다양한 그물코(node)를 만들면서 그물망 지도를 복잡하게 그려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반도는 남북관계의 급진전이란 새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한반도는 60여년간 분단 속에 갇혀 있었다.
대한민국은 반도국가가 아니라 막다른 섬이었다.
하지만 남북 간 철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왕래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반도라고 하는 지정학적 위상을 회복할 때 대한민국은 21세기 세계질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 5년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새 대통령의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시점에 21세기의 신세계질서와 한반도 주변 정세 그리고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미래 등을 짚어보는 기획물을 마련했다.
서울대 하영선 교수와의 대담과 전문가의 글, 기획기사 등으로 지면을 꾸몄다.

하영선 교수와 성현철 부장이 서울대학교 하 교수 연구실에서 대담을 하고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만난 때 = 2007년 12월 5일
▶만난 곳 = 서울대 연구실

-21세기는 탈냉전 탈이데올로기 시대라고 합니다. 정치나 안보보다는 문화 경제 환경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도 합니다. 세계의 흐름을 분석해 주시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21세기 초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현재의 변화가 단순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것을 변환(transformation)이라고 합니다. 번역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변환으로 합시다. 중국에서는 '변형', 일본에서는 '재편'이라고 번역하지요. 이는 탈냉전 이후의 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화, 세계화와 같은 단어는 20세기 말의 단어입니다. 지금은 전통적 근대적 모습은 그대로 있으면서 새로운 세기의 모습이 겹쳐 굉장히 복잡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환은 변환인데 복합변환의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한다는 얘깁니까.

▶세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하나는 '무대'가 바뀐다는 것이고, 다음은 '무대의 주인공'이, 마지막은 주인공이 연기하는 '연기내용(퍼포먼스)'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 3대 변화를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주연 역할을 할 것이냐 아니면 행인 1, 2, 3이 될 것이냐가 결정됩니다. 우리는 19세기에 이런 시기를 맞이했어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천하'라는 공간 개념 속에서 예를 중심으로 연기하고 있는데, 서양이 다가왔지요. 우리는 그 연기에 적응 못해 무대에서 내려오고 말았어요. 21세기에 또한번 '주인공'과 '무대' '연기'가 바뀐다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체감하는 속도는 여전히 늦어요.

-주인공 무대 연기 순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도록 하지요. 복합무대의 주인공은 무엇이며 또 역할은 무엇입니까.

▶전통적 주인공인 국가 간 각축은 여전해요. 그래서 부강이 필수조건이긴 하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돼요. 그것 플러스 지구적인 동아시아적인 그리고 국내적인 변환을 어떻게 감싸안을 거냐 하는거지요. 동아시아판을 봅시다. 국가간 싸움이 간단치 않아요. 우선 우리나라 대통령이 곧 바뀌는데 새 대통령이 그만둘 때쯤이면 판이 어떻게 될까요. 5년뒤니까 2012년이 되겠지요.

간단한 통계를 봅시다. 전세계 GDP가 대략 45조 달러입니다. 이 중 미국과 EU가 각각 13조 달러 정돕니다. 일본이 현재 4.5조, 중국이 2.5조, 우리나라가 1조 달러에 가깝죠. 동남아 10개국이 1조,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1조, 인도 1조, 러시아 1조 달러 등이니까 모두 합치면 12조 달러가 됩니다. 즉 미국 EU 동아시아가 대략 1 : 1 : 1의 사이즈란 얘깁니다. 향후 5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 대통령을 뽑을 때쯤이면 중국과 일본이 비슷한 사이즈가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양 어깨에 중국 5조, 일본 5조 사이즈가 버티고 있겠지요. 러시아도 우리를 넘어설 겁니다. 샌드위치론을 얘기하는데 그건 우리 얘깁니다. 빵 사이에 소시지나 베이컨이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야채도 못 될지 몰라요.

2010년대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운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비관적일 필요는 없어요. 21세기엔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간의 외연을 부풀려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네트워크적인 요소를 우리는 굉장히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이게 글로벌한 액터(주인공)에 대한 이해입니다.

-결국 네트워크가 주인공이란 얘기인가요.

▶초국가 네트워크 정도로 개념을 정리하지요. 여기에는 초국가 기업이나 단체 기관 혹은 테러집단까지 포함될 수 있겠지요.

-무대로 넘어가 봅시다. 단순무대가 복합무대로 변했다고 하셨는데.

▶전통적으로 부국강병 즉 경제와 군사가 중심무대였지요. 앞으로는 문화와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문화란 인간이 자연에다 차별되게 손댄 것을 이르지요. 이른바 얼짱이나 몸짱(부국강병)만으로 부족해 화장하는 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상대적으로 문화가 강조되는 것은 이젠 차별성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환경은 지난 세기 동안 얼마나 파괴됐습니까. 열심히 부순 것을 이젠 복원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부국 강병 문화 환경 등 4개가 기본 판이 됐어요.

더 중요한 무대가 하나 있습니다. IT혁명이 그것이지요. 21세기형 산업혁명입니다. 정보가 지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시대가 됐어요. 궁극적으로 이젠 '지식기반 복합국가'가 돼야만 합니다. 이는 부국 강병 환경 문화 등 4개 판 밑에 지식무대가 받쳐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지식이 토대가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부강은 10위 권이지만 IT는 5위권이지요. 그런데 과연 지식이란 측면에서 이 순위가 맞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하드웨어는 맞겠지만 콘텐츠는 아직 멀었어요. 지식전쟁에선 한참 뒤져있다는 얘기입니다.-이젠 연기에 대해 얘기를 해 주시지요.

▶연기 즉 퍼포먼스를 봅시다. 주인공도 무대도 바뀌니까 연기를 어떻게 해야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연기로는 살아남기 어렵지요. 비유법으로 풀어보면 '늑대거미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근대라고 하는 것은 국가별로 나뉘어 있으니까 원천적으로 약육강식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늑대적 속성을 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늑대들이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그물망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물을 치는 대표적 동물이 거미지요. 거미 중에 늑대의 속성을 가진 것이 존재합니다. 보통 거미는 줄 쳐놓고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리지만 늑대거미는 거미줄을 잘 안 쳐요. 그러나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 거미줄을 활용해 공간을 넓히는 형태로 살아갑니다. 연기자는 이처럼 이중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복합 스테이지(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대 주인공 연기 등 3자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경주에 있는 다보탑을 봅시다.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탑이지요. 세계의 질서는 이 3층탑 같은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다보탑의 기단은 모퉁이와 중앙에 5개의 기둥으로 구성돼 있어요. 그 위에 탑신부와 상륜부가 있지요. 기단 탑신 상륜 등 3중 복합형 탑이에요. 여기서 탑신이 부국 강병 문화 환경 등 네 무대이며, 기단이 이 전체를 떠받치는 지식을 의미합니다. 상륜이 컨트롤 타워인 정치입니다. 늑대거미의 이중적인 모습으로 다보탑적인 복합무대를 뛰어다녀야 한다는 얘깁니다. 전통적 모습으로 보면 광란의 모습일 수 있지요. 지금 주한미군이 국내에 주둔하려 하지 않아요. 주둔군에서 유동군으로 간다는 의미지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21세기 홍길동군으로 바뀌고 있어요. 우리는 주한미군이 있어야(없어야) 한다거나 우파냐, 좌파냐 등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병력을 조정하는 미국은 이미 네트워크 베이스로 가고 있는거죠.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네트워크 지식국가'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세계는 근대 국민국가로 200년을 지내왔어요. 국가가 주인공인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젠 국가라는 모습을 버리진 않지만 국가를 외연할 수 있는 그물망을 갖춘 이른바 '그물망 국가'가 21세기 표준모델입니다. 거미줄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중심이 하나인 것도 있지만 다중심인 거미줄이 많아요. 그물망이 국가 안에도 있고 국가 위에도 있지요. 이를테면 국가단위인 EU나 아세안 그리고 APEC도 있고, 지구적으로 보면 초국가기업 테러조직 국제조직 등이 있어요. 이런 것만 봐도 굉장히 촘촘한 망을 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단선적 사고는 안됩니다. 어차피 전체 공간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네트워크 지식국가로 거듭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한국의 경우 5중 네크워크가 필요합니다. 먼저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전통적 근대적 의미의 남북통일을 넘어선 개념으로 가야 합니다. 그물망 형태의 한반도 통일 혹은 한반도의 그물망화라고 할까요. 두 번째는 동아시아에 대한 네트워킹입니다. 한동안 동북아의 중심이 되자는 발상이 있었지요. 이는 네트워크적인 발상은 아니죠. 동북아가 아니라 동아시아로 가야합니다. 복합판의 시대에서는 좀 더 큰 판을 짜는 게 나아요.

세 번째는 세계에 대한 투망질입니다. 미국 유럽 동아시아가 대략 1 : 1 : 1의 사이즈라고 했잖아요. 투망질은 동아시아와 동시에 세계에도 해야 합니다. 최소한 국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되 어떻게 세계화를 활용하느냐를 논하는 시대입니다. 이미 우주 투망질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네 번째가 바로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투망질입니다. 군사와 경제력에 비해 가상공간은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요. 다만 우리는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세계를 리드하려면 지식 콘텐츠로 무장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 그물망을 쳐야 합니다. 양극화 현상이 경제뿐 아니라 사고나 행동에도 뿌리박혀 있어요. 힘을 총체적으로 모으려면 세분화돼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로 엮어지는 그물망이 짜여야만 합니다. 지금처럼 극화된 상태로는 안됩니다. 지식논쟁적인 형태로 논의를 진행하고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결국 강대국 사이에서 버텨내려면 복합 그물망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요.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등 4개 무대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합니까.

▶정치판을 봅시다. 잠재적 위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면 개인은 보험에 들지요. 일본은 그래서 미국을 선택했어요. 우리도 주보험은 미국에 들고 있지요. 미국 보험을 어떤 형태로 관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숙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단순 동맹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중국 등을 아우르는 복합 동맹으로 가야만 합니다.

경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은 맹주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어요. 동아시아판이 점차 커지니까 미국도 발을 담그고 있고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한-중이 한-미보다 교역량이 많아졌습니다. 경제판에서도 다중그물망을 치지 않고는 길이 없다는 얘기지요. 중국과 네트워크화 하면서 동시에 미국 유럽시장을 품는 형태로 가야합니다. 문화는 군사 경제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조지프 나이가 21세기에 미국이 초강대국을 유지하려면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하드파워를 버리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래서 소프트 하드 파워를 합쳐 이른바 스마트 파워를 키우자는 쪽으로 논쟁이 흘렀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류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부국 강병에 한계가 있다면, 우리나라가 '21세기형 매력국가'로 가는데 문화가 중심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환경 파트도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우리나라도 발리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합니다. 생태균형적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정하게 갖출 수밖에 없어요.

-4개판 모두 힘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다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까.

▶우리는 다보탑의 기단에 해당하는 지식무대 즉 지식국가에 베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식판이 21세기에 국가의 운명을 걸어볼 판이 아닌가 합니다. IT부분은 앞서 있어요. 문제는 콘텐츠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통일 북핵 이런 문제에 대해 통일부나 국내 연구소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미국 카네기 재단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내용이 더 잘 나와 있어요. 이런 식이어선 안된다는 거죠.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복합변환을 책임질 새로운 정치가의 탄생이 필요합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386이라는 세대에 꿈을 가지긴 어렵지요. 386은 단순사고의 완성을 위해 우리 역사 속에서 임무가 주어졌던 세대지요. 그 세대는 복합변환의 사고를 할 수 있는 다음 세대에 임무를 넘겨야 합니다. 네크워크적인 사고를 하고 무대의 복합성을 얘기할 수 있고, 연기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세대 말입니다. 국내적으로는 편가르기 안하고, 국제적으로도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분단이냐 통일이냐 하는 부분도 무의미할 수 있어요. 남북통일 그것은 작은 한 부분이지요. 동아시아와 통해야 하고 미국 중국 다 품어야 합니다. 유럽도 품고, 사이버도 품고 세계를 품는 사고를 가진 사람,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됩니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새 시대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부산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산이 중요한 위치가 될 겁니다. 부산인구가 약 400만 아닙니까. 동아시아권의 바다를 둘러보면 작은 게 아닙니다. 근대적 의미의 줄치기가 아니고 그물망을 쳐 봅시다. 물론 허브가 있는 그물도 있지만 그건 고급그물이 아니죠. 다중심 그물을 쳐야합니다. 그 중에 부산은 어디쯤 될까요. 일본은 후쿠오카 규슈 나가사키, 중국엔 상해 등이 있겠지요. 여기서 부산이 중심이라고 하면 구닥다리 사고지요. 뜨개질할 때 매우 중요한 그물코가 되어야만 합니다.

-구체적으로 부산이 해야할 일을 말씀해 주시지요.

▶동아시아 네트워크 중 부산의 의미를 따져봅시다. 첫째는 경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그 중 교역 등이 문제가 되겠죠. 두 번째로 부산이 약한 부분인데 문화와 지식 파트를 강하게 때릴 필요가 있어요. 동아시아 문화센터로서 부산의 의미 그리고 지식형태로서 부산이 할 수 있는 것이 뭐냐 하는 것입니다. 복합사고 하는 분들은 국가가 중요하지만 점차 도시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도시 간의 네트워킹이 중요하지요. 부산시장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동아시아 그물코로서의 부산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해볼까요. 부산이 중요한 그물코 중 하나가 되려면 동아시아의 정보와 각종 통계 자료를 제공할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발상의 전환을 뒷받침할 연구소 말입니다. 이름은 '아시아태평양'으로 할 수도 있고 '동아시아'로 해도 좋아요. 지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논의의 중심이 부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려면 부산시나 부산대 등에서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연구를 하려면 부산에 가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도록 말입니다. 그래야만 문화적으로 매력있는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영선 교수는 "우리나라는 'IT파워'를 토대로 문화·지식 콘텐츠 확보에 집중 투자해 이른바 '지식국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이분법적 사고를 벗고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21세기형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하영선 교수는 누구
'변환의 세계질서' 주창하는 국제정치학 거물

하영선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평화학회장과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변환의 세계정치' '네트워크 지식국가' '21세기 한반도 백년대계' 등의 저서를 통해 세계질서 재편에 따른 동아시아의 장래를 진단하고,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저서에서 세계는 복합질서의 시대를 맞고 있으며, 이에따라 안보 번영 지식 문화 등 복합무대에 걸맞은 '네트워크 지식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창해 주목받았다. 이밖에 최근 저서로는 '북핵위기와 한반도 평화'(2006), '한미동맹의 비전과 과제'(2006), '21세기 한국외교대전략 : 그물망국가 건설'(2006), '한국외교사와 국제정치학'(2005), '변화하는 세계 바로 보기'(2004) '사이버공간의 세계정치'(2001) 등이 있다. 그는 현재 정보세계정치연구회와 문명전파연구모임 등 학술모임들을 이끌며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1947년 서울생 △66년 경기고 졸 △71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 △79년 미국 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80년~현재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93~96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96~99년 서울대 미국학연구소 소장 △2000~2003년 한국평화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