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감염된 10대 여성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과 성매매를 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본지 27일자 8면 보도) 발표에 대해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여성이 지적장애 2급을 앓고 있는 데다 당초 경찰에 피해자로 신고됐으나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됐기 때문이다.
27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A(19) 양은 지난달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성들에게 5만~1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제시한 뒤 시내 모텔 등에서 속칭 '조건만남'이라는 성매매를 했다. 경찰은 "A 양의 여자친구가 자신의 집에 놀러 오는 A 양을 내쫓기 위해 지나가는 말로 '조건(만남)'이나 하라고 했는데 그 뒤 A 양이 인터넷 채팅을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A 양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성관계를 했고, A 양은 남성들에게 피임기구를 사용하자고 권유했으나 남성들이 모두 이를 거부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A 양은 친구의 아이디로 인터넷 채팅을 했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초 A 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딸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신고했고, 경찰도 신고내용을 바탕으로 A 양이 성매매를 강요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A 양을 피의자로 단정,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를 두고 성매매피해여성보호단체 '살림'과 정신과 전문의들은 1991년생인 지적장애 2급 여성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적장애 2급은 초등학교 2~3년 이하의 지적수준을 가진 것으로 분류돼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성매매를 할 지적능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이상신(정신과) 교수는 "A 양에 대한 면담 진료를 하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봤을 때 누군가가 교육을 시키거나 반복적으로 지시를 해 습득시키지 않는 한 지적장애 2급이 이 같은 범행을 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살림' 관계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에이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성매매 의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경찰은 이 여성이 가해자이기 이전에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 양과 여자친구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A 양이 누군가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지적장애 2급이지만 인터넷 채팅을 통한 조건만남은 충분히 가능하고, 법원도 지적장애를 이유로 A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