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사상구 서부터미널 인근에서 고교생이 같은 학교 여자 선배를 흉기로 찌르고 투신 자살한 사건(본지 지난 13일자 8면 보도)의 원인은 '이성교제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B고 2학년 김모(17) 군과 같은 학교 3학년인 이모(18) 양은 올해 수능시험날인 지난달 18일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아 이 양은 자신과의 교제에 집착하는 김 군의 성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 군은 이 양이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제때 답장을 하지 않으면 '어디 있느냐' '뭘 하고 있느냐'며 따지기가 일쑤였다. 김 군은 이 양에 대한 감정이 친구 이상으로 깊어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주변에서는 전했다. 김 군은 "누나가 너무 좋다. 그러나 누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김 군의 친구들은 말했다. 반면, 이 양은 종종 친구들에게 "김 군이 나에게 지나치게 집착한다"며 교제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김 군과 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 군이 이 양의 이별 통보에 대비해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상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이 양이 김 군과의 교제를 가볍게 생각한 반면 김 군은 심각하게 여기고 있던 터라 이별을 통보받자 욱하는 마음에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 양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김 군의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김 군은 이날 이 양에게 '언제 부산에 도착하느냐' '누나가 오늘 나한테 헤어지자고 할 것 같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조정녀 부산시정신보건센터 부센터장은 "청소년기의 충동성과 이성과의 교제에 집착하는 김 군의 개인적인 성격이 결합돼 이번 사건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분석하고 "공부에 대한 강박감이 높은 데다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는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양과 김 군 모두 학교 및 기숙사 생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이 양이 활달한 성격에 친구가 많았던 데 비해 김 군은 내성적인 편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한편 중태에 빠져 입원 중인 이 양은 이날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