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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군 원폭 2세 환우 쉼터인 '평화의 집' 회원들이 28일 서울 평화박물관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더는 원폭 피해가 대물림되지 않아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원폭 피해자 2세 환우 36명이 28일 서울로 '평화 나들이'에 나섰다. 92주년 3·1절을 맞아 전쟁의 아픔을 체험하고, 민족과 영토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쉽지 않은 발걸음을 뗐다. 경남 합천군 '평화의 집'에서 생활하는 원폭 2세 환우들은 이 날 오전 10시께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평화박물관 방문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 박물관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반대해 "전쟁은 기념할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립됐다. 전쟁의 고통을 조명하고, 평화를 바라보자는 의미로 위안부 할머니 2명이 박물관 건립에 힘을 보탰다.
환우들은 이곳에서 한목소리로 '평화'와 '치유'를 얘기했다. 한정순(여·53) 원폭2세 환우회장은 "이미 1세대 원폭 피해자들은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유전적으로 질환을 이어받은 2세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들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이 설립돼 전쟁의 상처를 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나들이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컸다. 특히 환우들은 자신의 몸 자체로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택주(60) 씨는 원폭 피해를 물려받아 20세 때부터 눈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 27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문 씨의 동생도 현재 같은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정신지체를 겪고 있는 40대 형제 환우도 참여했다. 이 형제를 돌보던 어머니는 최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각자 원폭 1세대 부모로부터 태어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연현(43), 허진영(여·43) 씨 부부도 힘든 걸음을 했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환우도 있었다. 이들의 나들이 모습만으로도, 전쟁과 핵을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이 되기에 충분했다.
환우들은 이어 경복궁 등지를 돌며 역사의 현장에 평화의 발자국을 찍었다. 이튿날인 1일에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 선언식'에도 동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