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장 연임 대가 수수 혐의…이사장, 항소심서 유죄 판결
- 퇴진 요구한 교수들은 파면, 대학교 전체가 '술렁술렁'

- 전국 대학 종합순위 부진에 외부 진단 등 혁신 안간힘
- "곪은 상처 도려내기 위해 구성원·동문 머리 맞대야"

최근 동아대가 이사장을 비롯해 교수, 학생 등에 이르기까지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파면, 퇴학, 자살, 횡령, 입시비리 의혹 등 갖가지 문제들이 잇따르면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이사장·교수와 관련된 법적 분쟁을 비롯해 교수의 연구비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등 동아대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새 학기를 시작했다. 한강 이남 최고의 사학을 자랑했던 동아대가 명문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일고 있다.

■잇단 내홍 학기 초 뒤숭숭

부산지역 명문 사학인 동아대가 최근 이사장 비리 연루, 교수협의회 전·현직 회장 파면, 두뇌한국 사업 경찰 내사 등 안팎으로 잇단 내홍을 겪고 있다. 사진은 동아대 구덕캠퍼스 전경. 국제신문 DB

동아대 학교법인인 동아학숙의 정휘위 이사장은 대학병원장을 연임시키는 대가 등으로 학교 간부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며 오는 5월께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다.

또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정휘위 이사장 퇴진 등을 요구한 동아대 교수협의회 전·현직 의장인 조모(56)와 강모(59) 교수에 대해 파면을 의결, 이사장이 이들에게 파면을 공식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두 교수는 이달 초 부산지법에 '교수직 지위보전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함께 제기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 소청심사위원회에 '교수직 파면 처분 무효신청'도 이뤄져 또다른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최근에는 경찰이 두뇌한국(BK)21 사업 등 5개 국비지원사업에서 연구원 인건비 횡령 혐의를 잡고 프로젝트 공동책임자 및 참여 교수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책임자 중 1명이었던 A(55) 교수가 부산 부산진구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학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부산과 경남, 창원지역에서 2011학년도 동아대 조각학과 실기시험 내용이 모 교수에 의해 특정 학원에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학교가 자체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2009년 총학생회 선거 당시 학내 성추행 사건에 상대 후보가 연루됐다'며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죄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학생 B 씨에게 퇴학처분이 내려졌다.

학생들은 학칙상 징계 수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2007년 총학생회장 4000만 원 금품수수사건, 2008년 총장 공금 횡령 사건, 지난해 정휘위 이사장 비리 문제 등 적극적으로 학내 비판활동을 벌였던 B 씨에 대해 학교 측이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당사자는 현재 퇴학처분 무효 가처분신청에 이어 본안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위상 추락에 강도 높은 개혁

개교 65주년을 맞는 올해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학교의 위상이 급락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 따르면 전국 대학 종합순위가 동아대는 48위로 부산대(20위), 인제대(35위), 부경대(37위), 한국해양대(43위)에 밀렸다. 진학교사 평가인 교육계 평판도에서도 43위로 부산대(14위), 부경대(36위)보다 낮았다.

이 같은 위기에 대처해 동아대는 일찍부터 칼을 빼들었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학으로서는 파격적으로 혁신을 위한 경영진단을 맡겼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입생 입학성적 등에서 부경대에 '역전' 당한 뒤 회복이 더디자, 혁신을 통해 지역 명문 사립대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평가 결과 직전 3년간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은 물론 국내 학술진흥재단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은 교수가 전체 31%에 달하는 등 '경쟁 무풍지대'였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동아대는 현재 장단기 발전계획인 '실천계획 2016'을 세워 개혁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등급별 성과급제를 개별 성과급제로 바꿔 교직원의 연구 등 실적을 높이고, 평가가 좋은 상위 14개 학과에 2억여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으며, 하위 15개 학과에 대해서는 문제 및 발전방안에 대한 컨설팅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학 측은 올해 상위 학과에 주는 인센티브를 3억 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하지만 강도 높은 개혁 작업 도중 불거진 각종 '내우외환'으로 학교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동아대 강원호 기획처장은 "일련의 사태가 대학의 구조적 문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대외 위상이 더 하락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동문과 교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기회에 드러난 '곪은 상처'를 제대로 도려내지 않으면 옛 명성을 회복하기는커녕 도리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동아대 한 동문(44)은 "재단의 집안 싸움, 이로 인해 불거진 재단과 교수 간 갈등, 교수 개인적 도덕적 해이 등 해묵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다"며 "이왕 밝혀진 것이니 쉬쉬하지 말고 학내 구성원은 물론 동문까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기 관리를 해야 할 구심점이 약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학내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가 2006년 구성됐으나, 교수평의원회에 밀려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부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반면 교수회 측은 '오히려 교수평의원회를 학내 민주화와 위기 관리의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총학생회는 뒤숭숭한 근래 분위기를 다잡고 학내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캠페인을 지난 8~10일 출범식을 통해 시작했다.

신우재 총학생회장은 "구성원끼리 갈등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해결하려다보니 일련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다"며 "대학평의원회 등 학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내부에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등


# 강원호 기획처장

- "명문 복귀 위해 뼈 깎는 개혁 진행중"

"2009년부터 96대 세부 과제를 정하고 37개의 성과지표를 만들어 달성 정도를 해마다 평가하는 등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고자 동아대는 지금 뼈를 깎는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아대 강원호(사진) 기획처장은 정년보장 교수에 논문 실적(학술진흥재단 논문 2년에 1편 이상)을 의무화하고, 실무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하는 등 학교가 옛 명성을 회복하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아직은 부산대 부경대 등에 뒤처지지만 2009년 56위에서 지난해 48위로 도약하는 등 3년차에 접어든 개혁작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학교여서 혁신이 더딘 측면이 있으나 서서히 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 작업 도중인 최근 이사장 비리 연루, 교수 파면과 자살 등 사태가 이어지면서 대외 이미지에 흠집이 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중재하고 조정할 학내 구심점(리더십)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장 직선제 폐지 이후 대학의 민주화가 후퇴하면서 적절한 비판과 대안을 내놓는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강 처장은 "1989년 국내 대학 최초의 직선제 총장이 동아대에서 나왔을 정도로 민주화 측면에서는 우리 대학이 앞섰다"며 "직선제의 폐해가 심각해 1999년부터 이를 폐지했고, 2006년 대학평의원회를 신설해 이를 대신하고 있으나 교수평의원회와 기능 중복 문제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민주동문회 최지웅 국장

- "총장직선제 폐지 따른 소통부족 원인"

"동문들은 현재 학교가 상당한 위기에 처했으며 올해가 이를 전환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합니다."

최지웅(사진) 동아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최근 일련의 동아대 '내우외환'과 관련, 동문들의 우려를 그대로 전달했다. 최 사무국장은 "동문을 만나보면 '학교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간건지 안타깝다' '출신 학교를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 등의 반응을 나타낸다"며 "이 때문에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과거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했던 동문 소속감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원인으로 '총장 직선제 폐지로 학내 의견수렴 부족 및 의사소통 부재'를 꼽았다. 그는 "1990년대 말 총장직선제가 폐지되고 재단 이사장이 총장을 선임하면서 재단 줄서기가 시작됐다"며 "이에 따라 선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었던 학내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등 의견수렴과 토론, 논의과정 등이 모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단과 학교본부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마스터플랜을 짜야 하는데 구성원을 탄압하기만 하다보니 침묵하고 갈등이 생기며 결속력이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이 10여 년간 이어지다보니 결국 문제들이 터져나오게 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 사무국장은 "1980년대 독재시대에도 파면이나 퇴학 조처가 없었고 학내민주화에 앞장섰던 동아대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 대해 동문들은 분노한다"며 "동문들은 이사장의 대법원 확정판결 결과가 나오는 오는 5월부터 학교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힘을 합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