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미확인 바이러스성 폐질환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한 10일 서울 보건복지부 기자실에서 서울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가 최근 집중적으로 발견된 가운데 10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서울 시내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7명의 환자 가운데 A(여·36) 씨가 뇌출혈 증세로 이날 오전 사망했다.

임신부였던 A씨는 감기 증세로 지난달 8일 이 병원을 방문해 결핵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 측이 처방한 약을 먹고도 상태가 계속 악화하자 같은 달 11일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폐 섬유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이다 결국 입원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임신 9개월이던 A씨는 치료를 위해 태아를 강제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영남지역에서도 9개월의 임산부가 바이러스 폐렴 진단을 받고 2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친척이라고 밝힌 B 씨는 "건강하던 산모가 모든 장기가 손상된 채 2주 만에 사망해 가족들 모두 충격이 컸으며,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폐렴과 발병 유형이 거의 흡사하지만 같은 바이러스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이는 제왕절개로 살렸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오자 환자 가족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은 산모들에게 집중된 괴 폐질환의 원인을 밝히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일단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12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는 8주 정도가 걸리는 만큼 폐렴을 유발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임산부는 정상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며, 임신 초보다 만삭의 임신부일수록 면역력이 더 떨어진다"면서 "면역력 감소를 피하기 위해 과로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최근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모두 7명이며 이 가운데 6명이 출산 전후의 여성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입원 중인 6명의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도 부산지역 대형 병원들을 중심으로 환자 발생 사례가 있는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