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감천동 산동네 아이들의 배움터인 '우리누리 공부방'의 최수연(뒤쪽 서 있는 이) 센터장과 학생들이 29일 침수 피해를 입은 공부방을 청소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예산없어 개·보수 엄두 못내

지난 27일 부산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지난 20여 년간 지역의 오갈 데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공부방이 큰 피해를 입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9일 오전 부산 사하구 감천2동 산동네에 위치한 '우리누리 공부방'은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공부방에 물이 들어차면서 어렵게 마련한 아동서적과 교재가 흥건히 젖었고, 벽지도 빗물을 머금어 시멘트 벽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밤 사이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공부방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힘을 모아 방안까지 들어찬 물을 퍼내고 젖은 책 등을 말렸지만 침수 흔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누리 공부방'은 1988년 부산지역 최초로 문을 연 이후 지역 저소득층 아동들의 든든한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곳에서 꿈을 키운 학생만해도 지금까지 500명이 넘으며, 이들 중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이들도 있다. 현재에도 50여 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이곳에서 공부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노후한 탓에 수시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낡은 지붕에서 비가 새 비가 올 때마다 양동이로 빗물을 받아내야 했고 벽면을 타고 빗물이 스며들어 벽지 곳곳에 곰팡이가 생겨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 때문에 1년에 두 차례 도배를 하고 있고, 배수구가 자주 터져 계속 수리를 하고 있지만 '물폭탄'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우리누리 공부방' 최수연 대표는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가정환경에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따라잡기 힘든데 교육에 투자해야 할 예산을 건물 개·보수에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면 뜻있는 기업체나 독지가, 풀뿌리 시민단체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우리누리 공부방 (051)291-9020, 010-8514-9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