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강장 넘쳐 골목으로…주민들과 곳곳 실랑이
25일 오후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옆 사상로 택시승강장에는 꼬리에 꼬리를 문 택시 30여 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앞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가 출발을 하자 뒤를 이어 정차했던 택시들이 '줄줄이'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승강장을 따라 줄을 선 택시행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택시승강장과 서부시외버스터미널 담장을 잇는 골목길을 따라 택시행렬이 'ㄴ'자 형태를 이뤘다. 많을 때는 정차 택시가 100여 대로 300m가량 이어진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 골목길이 끝없이 이어진 택시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간선도로를 따라 택시승강장이 정비되면서 불법 주정차 단속용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자 단속을 피하면서 손님을 태우기 위한 택시들이 이면도로에서 '대기 행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부산역과 구포역 등의 역세권과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 등 택시수요가 있는 시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택시는 많고 승객은 적어 '오갈 데 없는 부산택시'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54) 씨는 "에어컨 켜고 손님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피곤하고 기름 값만 더 든다. 어떤 날은 공차(빈차)로 한 시간 이상을 돌아다녀도 손님 한 명 못태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곳에 줄을 서서 20, 30분 기다리면 손님을 태울 수 있어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요즘 하루 14시간 일하고도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가져가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30%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 기사들은 20, 30분가량 기다려 승객을 태울 차례가 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혹시 '기본요금(2200원) 거리'를 가는 승객이 타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택시요금 3000원이 안 되는 단거리 승객을 태우면 그동안 기다린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S운수 택시기사 최모(43) 씨는 "하루는 부산역, 하루는 이곳에 와서 이렇게 손님들을 기다린다"며 "하루 2교대로 12시간 정도 일해서 손님 12, 13명을 태운다. 사납금 8만8000원을 못맞추는 날도 많다. 이곳에는 장거리 손님들이 비교적 많아 택시기사들이 선호한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골목길을 점령한 택시들로 차량 교행과 통행에 불편을 겪자 택시기사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경력 25년의 개인택시 기사 박모(60)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철에는 부산을 찾는 피서객으로 대목을 누렸는데 이젠 여름 특수도 옛말이다. 간선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이런 이면도로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우리도 미치겠다"며 "얼마나 영업이 안되면 이러고 있겠느냐. 주민들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