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3일 경남 합천군 청덕면 청덕교 아래쪽 낙동강변의 제방 석축 사이에 잔돌을 채우지 않아 어른 허벅지까지 빠질 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다. 이종호 기자 |
- 제방 바위사이 잔돌 안 채워
- 집중호우 땐 유실 가능성
- 일부 구간은 제방마저 없어
- 생태공원 등 침수 불가피
- 대다수 자치단체 재정 열악
- 제때 보수작업 사실상 불가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따라 조성된 낙동강 친수시설이 유지관리 예산 부족으로 인해 주민 기피시설이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친수공간은 대부분 고수부지(저지대)에 만들어진 데다 허술한 조성공사로 장마철 침수 피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경남지역 지자체들의 열악한 재정과 정부의 쥐꼬리 지원 탓에 친수시설을 제때 보수(복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취재팀이 낙동강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일대 등을 둘러본 결과, 낙동강변 친수공간 곳곳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남 합천군 청덕면 청덕교 아래쪽 강변에는 큰 바윗덩이들로 제방이 만들어졌으나 바위 사이사이에 잔돌을 채우지 않아 큰물이 지나가면 유실될 위험이 높아 보였다. 벌어진 바윗덩이 사이로 어른 허벅지 굵기의 틈도 여러 군데 발견됐다. 이곳은 10여 년 전 침수로 제방이 무너져 주변 일대가 열흘 넘게 물에 잠기고, 제방과 인접한 외삼학마을은 1주일가량 고립된 바 있다.
청덕교 인근 청덕수변생태공원은 전체 500여 m의 돌망태 시공구간 중 50m 정도는 잔돌만 쌓아둔 채 철망으로 아직 묶지 않은 상태였다. 또 제방 법면 일부는 잔디를 심지 않고 흙으로 다져 빗물에 유실될 위험을 안고 있었다.
특히 수변공원 내 체육시설은 고정장치가 허술하게 돼 있어 벌어진 틈 사이로 손이 들어갔다. 쉼터 의자는 벌써 다리 부분이 망가져 볼썽사나웠다.
합천창녕보 관리사무실이 있는 창녕군 이방면 미실자연공원은 중장비를 동원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원 앞쪽으로 실개천을 만들어 낙동강이 범람하면 시설이 유실될 것으로 우려됐다. 청덕면 외삼학마을 앞 낙동강변은 법면을 '시트 공법'으로 시공했지만, 시트 아래 법면이 빗물에 패어 흉한 모습을 나타냈다.
창녕함안보 아래 창녕군 길곡면 노고지리공원. 이곳 역시 장마철에 침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강변과 친수공간 간 거리가 불과 30여 m인데도 불어난 강물을 막아줄 제방은 전혀 없었다. 물이 넘치면 친수공간 일대가 제방 역할을 하면서 인근 마을을 보호해야 할 판이다. 이곳에서 1㎞ 아래쪽에 들어선 학포생태공원도 마찬가지였다.
창원시 동읍 본포교 아래쪽의 신천천 인근에는 자전거공원이 비교적 잘 조성돼 있었다.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강변에 접근하기 쉬워 수상레저 동호인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도 강변과 친수공간이 바로 인접해 있어 장마철 침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낙동강변에 조성된 '친수공간은 침수공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침수 피해를 입은 친수시설이 본래 기능을 하려면 제때 보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경남지역 지자체들의 열악한 재정난과 정부 지원 부족으로 인해 보수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올해 친수시설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의 60%만 배정했다.
낙동강변 생태공원에 조성된 각종 운동기구와 아스콘 바닥은 장마철 때 불어난 강물 때문에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물이 빠진 뒤 수변공원 청소와 복구를 위해서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4대강 사업의 효과와 관련, '낙동강 본류 준설로 가둬둘 수 있는 수량이 증가해 홍수 피해를 줄인다'는 주장과 '지류 지역의 유속이 빨라져 제방 붕괴 등의 피해를 키운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국지성 집중 호우 등으로 낙동강 친수시설의 침수와 그에 따른 피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국지성 집중 호우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낙동강변 친수시설의 침수 피해가 해마다 반복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낙동강변에 만들어진 생태공원 등은 장마철 이후 주민 기피시설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