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적용대상 아직 불명확"
- 두 손 놓고있는 단속기관
요즘 한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유령'은 연쇄 살인범이 온라인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범행 대상을 찾아 살해하고, 경찰 사이버팀이 이를 수사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불안하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개인정보가 새나가 악용되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꼭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수집하자는 취지로 만든 개인정보보호법이 지난 3월 30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좀처럼 지켜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업체나 업소들은 마케팅을 위해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등을 써넣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본인 모르게 마구 사용되고 있다.
김인우(32·부산 북구 덕천동) 씨는 최근 새로 이사한 집 근처의 마트에서 포인트 적립카드를 발급받으면서 주민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려줬다. 그는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지만, 포인트 적립에 따른 인센티브가 아쉬워 마트 측에서 원하는 대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만 있으면 되는데 마케팅 편의를 위해 불필요한 정보까지 요구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정모(32·부산 사상구 괘법동) 씨는 닭튀김 피자 등을 배달하는 음식점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주일에 이들 음식점에서 보낸 문자메시지가 20여 건에 달한다. 지난 4월 현 거주지로 이사한 후 몇 번 이들 음식점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은 다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음식점에 전화해 문자메시지 발송을 자제해 것을 요구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는 "귀찮은 것도 문제지만 이들 음식점에서 내 정보를 마구 흘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요즘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 소식을 자주 듣는데, 나도 언제 그런 피해를 당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전에 본인의 동의를 얻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 수집된 정보는 목적에 적합한 용도로만 쓰고 목적이 달성되면 곧 파기해야 하며,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화 또는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법규는 실생활에서 무용지물이다.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며 "적용 대상을 정하는 문제는 정식 민원을 신청해야 논의할 수 있지만, 아직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문제로 민원을 신청한 경우가 없어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행한 지 두 달이 더 지난 법의 적용 대상을 두고 논의해봐야 되겠다는 것은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