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대표적 특산물인 청매실이 수확기를 맞았지만 이상기온과 가뭄 여파 등으로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확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 수확시기인데도 벌써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하동지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실정이다.
14일 양산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낙동강 인근 원동면 일대는 영포리 영포마을을 중심으로 310농가 120㏊에서 토종 매실인 청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 매실은 개량종보다 작지만 맛과 향이 월등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 지역의 매실 수확기(5월 말~7월 초)가 되면 화제~배내골 도로변은 부산 울산 등에서 토종 매실을 사려고 찾아오는 인파로 북적인다. 갓 따온 매실을 도로변에서 내놓고 파는 아낙네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이곳에서는 매실 좌판 노점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 매실나무 한 그루에서 4상자(상자당 10㎏들이) 분량의 매실이 수확되지만, 올해는 1상자를 채우기도 힘들 정도로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둘러본 원동면 일대 도로변은 한산했다. 겨우 3, 4곳에서 좌판을 펼친 아낙네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실이 담긴 상자(10㎏들이)도 3, 4개에 불과했다. 예년 이맘 때에는 300여 농가들이 도로변에 매실 10~20상자씩을 내놓고 팔았다.
영포마을에서 40년 넘게 매실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여·60) 씨는 "올해 초 꽃이 필 때 냉해를 입은 데다 가뭄으로 나뭇잎과 줄기가 메말라 떨어져 매실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물량이 부족해 단골손님에게 택배도 못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에는 2.5t 트럭에 매실 300~400박스를 싣고 시중에 팔러 나갔는데, 올해 20~30박스 정도로는 기름값도 나오지 않아 아예 출하를 포기했다"고 푸념했다.
이 마을 매실작목반 이시길(59) 반장은 "매실은 보통 7월 초까지 수확하는 데 올해는 매실이 없어 벌써 90% 이상 수확한 상태"라며 "지금 추세라면 이번 주에 매실 수확이 끝날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3대 매실 주산지인 하동지역의 작황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가지마다 탐스럽게 열렸을 매실이 올해는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다. 양산지역처럼 봄에 저온 피해를 입어 개화가 제대로 안 됐고, 가뭄 탓에 매실이 영글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수확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모(56·하동군 화개면) 씨는 "꽃이 피었을 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열매의 수정이 적게 이뤄진 데다 계속된 가뭄으로 열매가 크지 않았다. 보통 10년생 매실나무 한 그루에서 최대 30kg을 수확할 수 있는데, 올해는 10kg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실 작황 부진은 매실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진주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매실 도매가격은 10㎏당 상품이 2만5000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