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호안이 유실·침하된 뒤 거적으로 덮여 있는 것을 현장조사에 나선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산바'가 지나간 뒤 낙동강 합천창녕보 일대 곳곳에서 호안이 유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조사위원회와 (사)대한하천학회, (사)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22일 경남 합천군 청덕면~창녕군 이방면을 잇는 합천창녕보 일대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대형 보의 호안 대부분이 유실됐고 생태공원 일대도 침식된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합천보 우안 하류 220m 지점 아래쪽에서는 호안 일부가 유실된 상태였다. 태풍과 폭우로 물에 잠겼던 호안 전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돌과 철망 일부가 쓸려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보 좌안은 호안 유실이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보 좌안 직하류부터 2500㎡ 면적의 호안 대부분이 유실·침하돼 거적으로 덮여있는 상태였다.

또 생태공원 내부에 협곡이 생기거나 자전거도로 교각 아래 상자형 돌망태(호안 및 수로의 안정과 강도 유지를 위해 돌덩이를 철망에 씌워 고정해 놓은 형태)가 내려앉는 등의 피해가 발견됐다.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태풍 '산바' 영향으로 제방이 무너졌던 합천군 회천과 신안천 등 지천 일대도 둘러봤다. 현장 조사에서 이들은 회천의 경우 설계홍수량(340㎜)보다 비가 적게 왔음에도 제방이 무너진 것은 합천보 수위 상승이 원인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합천창녕보의 수문을 태풍 피해가 나기 전에 개방했으며, 수위 조절에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조사에 참여한 박창근(관동대) 교수는 "합천창녕보 호안 유실은 '부실 설계'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이뤄지기 전에 낙동강 일대는 홍수가 나도 견딜 수 있는 모습을 자연 스스로 만들어 놓은 안전한 하상 상태였다"면서 "그러나 대규모로 준설하고 제방을 급하게 쌓았다. 이 같은 인공적인 하안단구는 안정화되기 전까지 또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창녕군 이방면의 합천창녕보 좌안 호안 가장자리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 교수는 이를 '파이핑 현상'이라고 지적한 뒤 부실 설계·시공이라고 주장했다. 파이핑(piping)이란 보 상류에서 흐르는 물이 호안 등으로 스며드는 일종의 누수 현상을 말한다.

수공 측은 태풍으로 불어난 강물에 의해 호안 일대가 잠긴 뒤 아직도 물이 빠지고 있는 현상일뿐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