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가정법원 전국 첫 시행
부산가정법원의 판사들은 지난 7월 협의이혼을 신청한 부부들에게서 후견 프로그램을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엿봤다. 13쌍의 부부들이 한 달간 부모교육, 가족캠프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전원이 이혼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또 다른 재판부는 자녀의 방황과 상호 언어폭력을 이유로 협의이혼 신청을 한 부부에게 바로 이혼하는 대신 집단상담을 받게 했다. 상담 과정에서 부부는 상담위원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음으로써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됐고 자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두 사례 모두 상담 및 후견 프로그램을 활용해 '홧김 이혼'을 막은 성공사례다.
부산가정법원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0~13세)를 둔 협의이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 제도와 후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전국 법원 가운데 최초로 시행하는 이 제도는 법원이 이혼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혼 의사 철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협의이혼은 소송 등 법원을 거치지 않고 부부 간 동의 하에 결별하는 이혼을 말한다. 협의이혼은 전체 이혼 건수의 75%(2011년 기준, 부산은 7514건 중 5665건)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 13세 이하의 자녀를 둔 A 씨 부부가 협의 이혼을 신청하면 법원은 이혼 절차를 안내하면서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도록 권고한다. 또 필요에 따라 부모교육, 가족캠프, 집단상담 등 후견 프로그램도 소개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밟았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숙려기간(3개월)이 진행되지 않아 이혼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부산가정법원은 제도 도입을 위해 대법원과 부산시로부터 각각 7000만 원의 운영예산을 확보했다. 또 협의이혼 담당 판사를 지정하고 실무인력 증원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부산가정법원 박주영 공보판사는 "우울증과 청소년 비행 등 이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수조 원에 이를 만큼 심각한 상태"라며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쉽게 이혼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법원 주도 하에 상담과 후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