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을 수뢰한 혐의로 현직 부장검사가 구속된 데 이어 현직 검사의 성추문 사건과 청탁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검찰 조직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 내부에서 '검사인 것이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뇌부 퇴진을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검찰 개혁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석동현(52) 서울동부지검장은 23일 오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불미스러운 사태에 관해 청의 관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하고자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 실무수습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된 A(30) 검사가 지난 10일 검사 집무실로 피의자인 40대 여성을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하고 성관계(본지 23일 자 9면 보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대검찰청이 진상 조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조속히 감찰 조사를 실시해 해당 검사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광주에서도 검사가 청탁을 받고 편파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지검 C 검사는 2010년 순천지청 재직 시절 화상 경마장 추진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일방적인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는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검찰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검사들은 자괴감 속에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산지검 한 검사는 "검찰 조직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라며 "국민 모두가 검찰 전체를 불신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실효성 있는 감찰 시스템 도입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