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현재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책 목표와 추진 기관에 따라 마을 이름도 천차만별이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부터 희망마을·행복마을·건강마을·좋은마을·커뮤니티 뉴딜·도시활력증진 개발사업까지. 그러나 공동체 복원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민관 갈등에 콘텐츠 부족까지 극복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1일 오후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마을만들기 워크숍'에서는 '자립기'에 접어든 5개 마을의 성공기가 소개됐다. 공통으로 '주민 참여'가 핵심 요소로 꼽혔다. 서구 동대신2동 9통 닥밭골 마을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열 집 중 세 집은 빌 정도로 외로운 동네였으나 지금은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 버금가는 벽화마을로 변신했다. 2010년에는 주민들이 직접 컨테이너를 개조해 사랑방 역할을 하는 북카페를 열어 소득을 올리고 있다. 관광객 유인을 위해 부산역~초량 이바구길~닥밭골과 구덕운동장~초장동 해돋이길을 걷는 트레킹 코스도 개발 중이다. 변강훈 활동가는 이날 "처음에는 민·관·활동가 사이에 불협화음도 있었으나 지금은 주민들이 이끄는 운영위원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행정은 지원하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지난해 작은 음악회 개최와 마을회관인 행복센터 운영을 통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구 용호마을 사랑방 '소풍' 역시 마찬가지다. 피란민 이주지였던 이곳은 옛 동네 모습과 LG메트로시티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가 혼재해 있다. 활동가들은 초기 학부모아카데미와 토요놀이마당 프로그램으로 엄마들을 '유인'했다. 부산시의 커뮤니티 뉴딜 사업으로 선정돼 330㎡ 남짓한 사랑방도 지난해 마련했다. 가구를 만들고 디자인하는 데는 60여 명의 이웃사촌이 힘을 보탰다. 그들은 지금 리더그룹으로 활동 중이다. 소풍 이정은 대표는 "사랑방을 공동으로 꾸미면서 유대가 끈끈해졌다. 올해는 미디어 문화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중구 영주동 '산리협동조합' 역시 마을회관을 짓는 데 필요한 설계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한다. 마을기업과 산복도로 생활·인문 콘텐츠 프로그램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출자회원 34명뿐 아니라 월 2000원을 내는 조합원 100명이 확보된 상태다. 김한근 사무국장은 "마을공동체가 지속하려면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 중심은 주민 참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