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추징금 230억원을 선고받은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수십억원대 주택을 불과 5억1천만원만 받고 강제경매를 해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주택은 신씨에 대한 추징금 집행 시효 만료 직후인 지난 2011년 12월 신씨의 처 송모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999년 추징금 채권을 집행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받아 관리하던 전 사돈(당시는 사돈관계) 신씨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01년 8월 신씨에게 "국가에 23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앞서 2000년 11월 신씨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택(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323㎡)과 토지(760㎡)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신씨는 곧 5억1천만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씨로부터 나머지 추징금 225억원을 받지 않았는데도 해당 주택에 대한 강제경매를 이듬해 7월 취하했다.

신씨는 이후 추징금을 내지 않다가 추심금 채권 시효(2011년 7월) 만료를 앞둔 지난 2011년 2월 아내 송모씨 명의로 해당 주택에 대해 가등기 설정했다가 시효가 소멸되자 그해 12월 송씨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넘겼다.

해당 주택은 공시지가가 44억원에 달하는 호화주택으로 등기비용만도 수억원이 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해당 주택에 신청한 강제경매를 취하하는 바람에 신씨는 추가로 단한푼의 추징금도 내지 않고 해당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꼴이다.

이와 관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측은 신씨가 추징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추심금 채권 시효소멸 완성 직전에 가등기를 설정, 재산을 은닉하고 추후 소유권까지 이전해 강제집행을 면탈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재우씨측 이흥수 변호사는 "검찰이 성북동 주택의 근저당 설정을 해제한 것이 문제의 시발"이라며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면 시효가 계속 연장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라도 추징할 수 있는데 해제하는 바람에 추징금도 못받게 되고 해당 주택마저 처 앞으로 넘어가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검찰은 그동안 부동산, 주식, 급여 등 신씨로부터 추징금을 받기 위한어떤 압류조치도 하지 않아 무려 225억원의 채권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재우씨측은 앞으로 신씨가 시효소멸을 주장하면 추심금 공동납부를 거부할 경우 신씨에 대한 추심금 시효 소멸 당시의 최고 책임자였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직무유기,업무상 배임혐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