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기소된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국민 화합'을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청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은 "국민 화합과도 직결되는 사건"이라며 무죄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방청석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은 손을 들어달라"고 말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 역시 "변론권을 벗어난다"며 제지했다.

검찰은 반대로 차명계좌 발언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점을 감안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발언에 근거가 없고 재판에서도 주장이 계속 바뀐 점,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은 점으로 미뤄 허위임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조 전 청장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국민 화합 등의 주장은 유무죄 판단에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법리와 사실관계에 따라서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많은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 송구스럽다"면서도 "수도 서울의 치안과 질서유지를 위한 충정에서 한 발언이었다"고 항변했다.

조 전 청장 측은 항소심에서 종전에 주장하던 청와대 여자 행정관 2명의 계좌뿐만 아니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차명계좌 등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계좌들로 '차명계좌'의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썼다.

변호인은 2009년 검찰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주변인물들의 부정한 금품수수가 드러난 만큼 문제의 발언이 허위사실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8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로 지목했다. 그러나 임 전 이사장이 관련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출처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연합뉴스